1990년대부터 주목을 받은 괌은 현재 매우 한국 친화적인 관광지로 평가받는다. 특히 2000년대를 지나 대표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하면서, 한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하갓냐 대한민국 출장소와 괌정부관광청 등에 따르면 괌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수는 2016년 최초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75만여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괌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한국인이 45%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셈이다.
30년 동안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 오가다보니, 한국어 구사자도 많고 한국어 메뉴판도 곳곳에 보인다. 우스갯소리로 괌이 아닌 ‘구암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친 후 괌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진 모양새다. 하늘길이 활짝 열렸음에도 2023년 한국인 관광객수는 약 37만 명에 그쳤다.
‘구암동’에서 사라진 한국어, 그래서 좋다
“여행의 원래 욕구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선택했다는 건 더욱 그러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7일 열린 ‘제40회 서울국제관광전(SITF 2025)’에서 만난 카토 토모히사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 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여타 리조트와는 달랐다.
오히려 이는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여행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이도가 낮은 여행을 원하면서도, 한국말이 곳곳에서 들리진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난이도가 낮은 여행지에서 외곽을 공략하거나, 더 나아가 한국인이 잘 찾지 않은 지역을 목적지로 삼기도 한다. 카토 사장 역시 이러한 심리가 여행의 근본적인 욕구라고 봤다.
“해외여행을 할 때 국적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떠날 것입니다. 큰 불편함을 없지만 조금의 불편함도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이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밸런스를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100%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게 어쩌면 저희의 경쟁력입니다.”
카토 사장에 따르면 실제 리조나레 괌에선 모든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영어로 진행한다고 한다. 한국인이라고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이 설명에 나서지 않는다.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기초적인 영어를 사용하면서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한국은 이미 팬데믹 이전처럼 여행을 다닙니다. 근데 괌에 오지 않는다는 건 매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우린 투자를 해서 조금 더 매력적인 괌을 만들고자 합니다. 사실 한국도 일본도 해외에서 활약하는 리조트 브랜드가 별로 없습니다. 자국인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자국인이 오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위기인 것입니다.”
“리조나레 있으니 괌 가자”… 신혼 넘어 가족여행지로
리조나레 괌이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사실 리조나레 괌은 한국인 관광객이 선호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비행시간은 첫 번째 고려 사항이다. 비행시간이 짧은 괌은 아직 한국인 가족 관광객에게 좋은 선택인 셈.
호시노가 괌 진출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지리적 특성과 맞닿아있다. 사실 리조나레 괌은 호시노가 처음으로 도전한 해외 리조트다. 1914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료칸으로 시작한 호시노는 ‘재생 사업’이라는 독특한 운영방식 하에 리조나레 브랜드 사업을 2001년 시작했다. 액티비티 프로그램에만 집중된 시설을 찾아 리조트 기업으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리조나레 브랜드의 미션은 목적지가 되는 것입니다. 리조나레가 있으니까 괌에 가자고 할 수 있도록 키우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가족층 고객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한국도 일본도 출산율이 낮습니다. 그만큼 자녀를 가진 가정의 자녀와 시간이 중요합니다. 괌은 특히나 한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중심이 되어 있어 매우 적절한 위치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실제로 리조나레 괌은 자녀 또는 고령의 성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가족여행에서 3대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리조트를 표방한다. 이에 따라 액티비티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서핑, 워터파크 등 프로그램과 아이들을 위한 키즈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카토 사장은 마지막까지도 리조나레 괌이 가족여행에서 숙박을 위한 곳이 아닌 목적지 그 자체가 되길 강조했다. 이를 위한 대규모 리모델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리모델링은 내년 여름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에게 있어 목적지인 리조트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괌에서 넘버1이 되기 위한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 넘버1 자리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정한 것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계속 지지받을 수 있는 리조트가 될 것입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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