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자산 2000조 시대…"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디폴트 옵션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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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국내 연금 자산 규모가 200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사전 지정 운용제도(디폴트 옵션)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 정책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백세 시대를 맞아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지 않기 위해 연금 자산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연금자산 운용은 분산된 위험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이 관건으로, 이는 외부 전문가에 의한 효율적인 간접투자기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은 개별 기업이나 가입자가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계약형' 방식이다. '기금형'은 별도의 연금기금(펀드)을 설립하고, 전문적인 지배구조(이사회 등)를 갖춘 기금이 자산운용사 선정, 수수료 협상, 운용 관리 감독 등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남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민간 금융기관의 적극적 참여와 운용성과 중심의 경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폴트옵션은 본래 취지를 살려 원리금보장상품을 배제하고 위험 등급별로 단일 상품만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선중 동국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 운용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이 대형화해 자산 운용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기금의 자산 규모는 2023년 1000조원들 돌파했고, 향후 3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군을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으로 단순화한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이 기준포트폴리오 내에서 자산 배분의 유연성 제고와 투자 다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캐나다연금투자(CPPI)는 2006년, 싱가로프투자청은 2013년에 TPA를 도입했다. 2023년 8월 기준 TPA를 도입한 기관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도입하지 않은 기관에 비해 1.4%포인트 높았다.

윤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성장과 정체·고갈 시점이 예상되는 기금이다.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 설정이 필요하다. 국면별 목표 수익률 및 위험 감내 수준을 반영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자산 비중이 해외 기금에 비해 높다. 이를 완화해야 한다"며 "기금 운용 전략의 전략적 모호성 확보, 운용 인력 전문성 제고를 위한 보상체계 성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액티브와 패시브 중 어떤 전략이 효율적인지 검토해야 한다"며 "운용 전략의 타당성을 평가하려면 자산군·전략별 운용비용 공시가 전제돼야 한다. 국제적 수준의 투명성 및 책임성 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제언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정책과 운용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며 운용본부 독립성과 CIO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며 "퇴직연금은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수익률이 2%대로 부진하다. 기금형 전환, 디폴트옵션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고 주장했다.

한성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팀장은 "연금개혁에 따른 기금 규모가 늘었고,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기금이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고 대체투자에 우선 적용해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운용 체계를 고도화하고, 운용 역량 및 인프라를 강화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기금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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