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 실거주 유예 확대 … 토허구역 규제 완화
정부, 稅인상 압박해 매물 유도
고령층·지방 거주자 셈법 복잡
1주택 외 다주택도 대상 포함
정부 "갭투자 허용은 아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확대한 이유는 시장에 매물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후 매물잠김 우려가 퍼지자 이를 잠재워 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실거주 유예 외에 조정대상지역의 등록 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을 다시 검토하는 등 매물 출회를 위한 타깃을 다주택자에서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치 적용 대상을 올해 12월 31일 신청분으로 한정했다.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서 양도세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내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때와 마찬가지로 주택 소유주들에게 '압박과 퇴로'를 동시에 제시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번 대책의 직접 대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비거주 1주택자 외에 다주택자가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토지거래허가 취득 후 4개월 내에 반드시 입주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실거주 의무 유예기간은 현재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최초 종료일까지다. 다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2년 뒤인 2028년 5월 11일 안에는 입주해야 한다. 장우진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5월 말 이후 토허제를 신청하는 매물부터 실거주 의무를 유예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갭투자를 허용한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유예기간이 끝나면 매수자는 입주해 2년간 살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취득가격의 최대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매수자는 발표일인 5월 12일부터 계속해서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만 유예 신청이 가능하다. 발표일 이후 기존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됐다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갈아타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신규 주택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기존 재고 주택의 순환을 최대한 촉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매물을 점진적으로 늘려 거래절벽에 따른 가격 급등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계산"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잠재적인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특히 노년층과 은퇴자 또는 지방에 거주하며 서울 주택을 보유한 전세 거주자들은 주택 보유와 매도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 철저히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나 보유세 개편안 강도가 높아질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의 대대적인 축소를 예고한 만큼 이번 한시적 매도 허용은 제도 개편 전 최대 40%까지 보유분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절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장특공제가 거주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면 '10년 보유·2년 거주' 1주택자(차익 30억원 가정)의 양도세 부담은 2배 가까이 폭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공제율이 48%에서 16%로 하락하며 양도세는 4억6676만원에서 7억9940만원으로 3억3264만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 목적이나 직장 문제로 비거주 1주택 상태가 된 집주인도 셈법이 복잡하다. 정부가 보유세를 개편하면서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을 주요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유별 예외가 어디까지 인정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해외 근무 등 직장 사유는 비교적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학군 이동 등 다른 이유까지 비거주가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수석연구원은 "고령 은퇴자는 장특공제 혜택이 축소되고 보유세가 늘어난다고 하면 이번 기회를 틈타 정리하고 옮겨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현행 세금체계와 대출규제 강도를 감안하면 주택을 판 뒤 비슷한 입지나 가격의 주택으로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막혀 있다는 점이다. 다운사이징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는 뜻이다.
[손동우 기자 / 박소은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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