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준으로 연봉 1억 5000만 원이면 잘 사는 중산층일까요? 대기업 과장급, 전문직 초입. 어느 쪽이든 “괜찮은 사람” 범주에 들어가는 벌이입니다.
미국에서는 그 돈을 벌면 하위 중산층입니다. 매사추세츠, 워싱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를 포함한 12개 주에서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는 공식적으로 하위 중산층으로 분류됩니다. 조사기관 머니라이언(MoneyLion)이 퓨리서치센터 기준을 적용해 2026년 분석한 결과입니다.
“미국은 월급이 한국의 3배라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라는 반론이 툭 하고 튀어나옵니다. 먼저 이 반론부터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월급은 미국이 한국의 2.5배지만…살 수 있는 건 1.6배
명목 환율로 보면 미국 평균 임금이 한국의 약 2.5배입니다. 그런데 OECD 구매력평가(PPP) 기준, 같은 돈으로 실제로 살 수 있는 양으로 환산하면 1.6배입니다.
PPP 조정 평균 임금으로 비교하면 미국이 약 7만 7000달러, 한국이 약 4만 7700달러입니다(OECD, 2023). 월급봉투는 미국이 한국보다 2.5배나 두꺼운데 장바구니는 1.6배밖에 안 채워지는 겁니다. 그 차이인 0.9배 분량을 무언가가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게 뭔지를 미국의 40대 남성 케빈의 통장으로 보여드립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사는 마케팅 매니저 케빈 맥케나(41세)는 미국에서 가장 평균에 가까운 도시에 삽니다.
콜럼버스는 전국 생활비지수가 평균 수준에 가장 근접한 도시 중 하나로, 중위 가구 소득이 연 6만 6000달러(약 9900만 원)로 전국 평균과 거의 일치합니다.
케빈은 연봉 9만 2000달러(약 1억 3800만 원)로 그 평균보다 조금 위입니다. 아내도 파트타임으로 월 1500달러(약 225만 원)를 법니다. 합산 연 소득이 11만 달러(약 1억 65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연봉 9만 2000달러에서 세금을 빼면 실수령이 월 약 5500달러(약 825만 원)입니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돈을 씁니다.
렌트(집세) 월 1400달러(약 210만 원), 건강보험 본인 부담 575달러(약 86만 원), 식비 900달러(약 135만 원), 자동차 할부·보험 합산 750달러(약 112만 5000원), 공과금 223달러(약 33만 5000원). 합산 3848달러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가면 고작 1652달러(약 247만 8000원)가 남습니다.
얼핏 괜찮아 보이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통신비, 학자금 대출 이자, 생명보험, 아이 교육비 등이 나갑니다. 케빈은 비상금을 거의 못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년에 아내가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 부담 청구서가 4200달러(약 630만 원) 나왔습니다. 케빈은 그 돈을 마련하려고 3개월이 걸렸습니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항상 아슬아슬한 건지 모르겠다”는 게 케빈이 한 말입니다.
미국 중산층의 거의 30%가 일상 지출을 위해 빚을 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케빈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입니다.
숫자는 중산층에 속하지만, 체감은 그 아래인 현실
이 괴리감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퓨리서치센터 기준으로 미국 중산층은 3인 가구 기준 연 5만 4700달러(약 8205만 원)에서 16만 3200달러(약 2억 4480만 원) 사이입니다.
한국은 OECD 기준으로 4인 가구 기준 월 430만~1146만 원, 연 5160만~1억 3752만 원입니다(2024년 기준 중위소득). 두 나라 모두 공식 기준으로는 상당수 가구가 중산층에 속합니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같은 문제를 공유합니다. 숫자는 중산층인데 느낌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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