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매가 코스피 방향 결정
순매수일 90% 확률로 증시상승
대규모 매도 받아낼 자금 역부족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인 날 코스피는 열 번 중 아홉 번꼴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지수 대형주에 집중된 가운데, 이를 받아낼 국내 장기 기관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외국인 매매가 사실상 코스피의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2일부터 7월 16일까지 132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날은 불과 39일에 그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 코스피가 상승한 날이 35일로 89.74%에 달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일에는 사실상 ‘필승’에 가까운 흐름을 보인 셈이다.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진 이유는 글로벌 위험 선호와 지수 대형주 수급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원화가 안정되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 비중을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매수세가 유동성이 풍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몰리면, 상장 종목 전반의 흐름과 무관하게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한다.
현물과 파생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도 상승폭을 키운다. 외국인이 대형주 현물과 코스피200 선물을 함께 사들이면 프로그램 매수가 뒤따를 수 있다. 최초의 외국인 주문이 반도체 대형주 상승과 선물 강세를 거쳐 추가 현물 매수로 연결되는 구조다.
반면 외국인 순매도 배경은 다양하다. 시장 전망 악화에 따른 매도세도 있을 수 있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과 환율 헤지, 국가별 비중 조정 등 성격이 다른 거래가 섞여 있다. 순매수가 지수 상승과 강하게 결합한 것과 달리, 순매도와 지수 하락의 결합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유다.
문제는 외국인 주문의 반대편에서 가격을 결정할 국내 장기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이는 실제 국내 주식 비중 확대를 반영해 기계적인 리밸런싱 매도를 줄이고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성격이 강해, 하락장에서 즉각적인 신규 매수 여력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변경된 목표 비중은 지난달 말부터 적용됐다.
연기금과 공모주식형펀드 등 국내 기관이 외국인과 별개의 가격 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 외국인의 방향 전환이 곧 시장 전체의 방향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외국인이 대규모 현물과 선물을 매도할 때 이를 받아낼 자금이 부족한 반면, 매수로 돌아서면 매도 호가가 빠르게 소진되며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은 자산배분 제약 때문에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을 충분히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수급 공백에서는 외국인이 사면 지수가 오르는 구조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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