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문헌으로 본 ‘한국인의 밥상’… K푸드 뿌리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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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밥상’展
청동기~조선 음식 관련 684점 소개… 불에 탄 3000년전 볍씨도 고스란히
신문박물관 ‘신문 위에 차려진’展
1896~1990년대 신문기사 통해… 당시 사회-食문화 상호작용 짚어

18세기 후반 밥상 모습을 보여주는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주막’. ‘단원풍속도첩’에 실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8세기 후반 밥상 모습을 보여주는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주막’. ‘단원풍속도첩’에 실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화가 변상벽(1726?∼1775)은 닭과 고양이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에 별명도 ‘변계(卞鷄)’ ‘변묘(卞猫)’라고 불렸다. 그런데 그의 그림 ‘닭과 병아리’엔 “인삼, 백출(白朮)과 함께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라는 흥미로운 글이 실려 있다. 당대에도 삼계탕 같은 음식을 즐겼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K푸드’는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K푸드의 바탕이 되는 한국 식문화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에서 연달아 열린다.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선 1일부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개막하며, 종로구 신문박물관 PRESSEUM에선 기획전 ‘신문 위에 차려진’이 지난달 24일부터 관객들을 맞고 있다.

● K푸드의 뿌리 ‘한국인의 밥상’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백제 왕과 왕비를 위한 식기. 죽은 왕과 왕비를 위해 음식을 올리고 제사를 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백제 왕과 왕비를 위한 식기. 죽은 왕과 왕비를 위해 음식을 올리고 제사를 지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빨간 대추 송편은 꿀로 소를 넣었고/푸른 연잎을 잘게 썰어 감자와 함께 삶았네/…/잘라 놓은 멧돼지 고기와 곰 발바닥 구이/말린 넙치 포, 누치와 청어/여러 가지 선미(仙味)를 다 말하기 어려우니/청빈한 선비 입이 황홀하여 놀랄 따름.” 조선 정조가 규장각 신하들에게 내린 음식상을 다룬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시다.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음식들이 줄줄이 이어져 정조가 얼마나 신하를 아꼈는지 느낄 수 있다.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로, 메주 혹은 청국장 등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로, 메주 혹은 청국장 등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우리들의 밥상’전은 이처럼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음식과 관련된 옛 문헌과 그림 등 684점을 소개한다. 불에 탄 약 3000년 전 볍씨도 마주할 수 있다.

1부에서 눈길을 끄는 건 한반도 ‘밥상의 주인공’인 쌀이다. 재배가 어려운 환경에서 쌀을 개량한 조상들의 집념이 전시 곳곳에서 묻어난다. 2부는 나물과 같은 식재료를 어떻게 얻었는지를 살핀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1569∼1618)이 유배 생활하면서 쓴 ‘도문대작’을 보면, 당대 조선팔도 별미가 뭐였는지 엿볼 수 있다. 이진민 학예연구관은 “K푸드의 뿌리이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10월 25일까지.

● 신문에 실린 ‘조부모 전병 과자’

신문박물관 기획전 ‘신문 위에 차려진’에선 근현대 신문을 통해 ‘K푸드’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대 유행하던 요리법을 소개한 동아일보 1934년 12월 기사.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신문박물관 기획전 ‘신문 위에 차려진’에선 근현대 신문을 통해 ‘K푸드’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대 유행하던 요리법을 소개한 동아일보 1934년 12월 기사.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동아일보 1953년 9월 맥주 광고.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동아일보 1953년 9월 맥주 광고.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신문 위에 차려진’전은 근현대에 발행된 신문 기사를 통해 그 시절 사회와 식문화가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를 짚은 전시다. 민간 신문이 등장한 1896년부터 1990년대까지를 다섯 시기로 나눠 살폈다. 과거 요리법은 주로 어머니에게서 딸로 전승되고는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신문이 보편화하자, 조리 지식이 표준화된 정보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1925년 4월 15일 동아일보엔 ‘조부모 전병 과자(구란도마구기스·grandma cookies)’ 만드는 법이 소개됐다. 재료는 계란 한 개, 우유 다섯 작(勺), 사탕 한 홉 등. “가운데 건포도 1개를 박아 넣든지 흰 각설탕을 가루로 해서 뿌려 구운즉, 아름답고 맛이 좋다”는 평도 실렸다. 이러한 식문화 기사는 여성 인권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신문들은 조리법이나 식사 예절을 ‘부인 면’이나 ‘가정 면’에서 주로 다뤘다. 반면 1990년대에는 ‘커리어우먼 면’ 등이 생겨나 “직장인을 위한 5분 레시피” 같은 코너들이 소개됐다. 이윤하 학예연구원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에 따라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간편 조리법 기사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문 광고들을 통해 당대 음식에 대한 인식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1902년 5월 22일 황성신문엔 요즘도 판매되는 일본 ‘에비스’ 맥주 광고가 게재됐다. “세상에 술 종류는 여러 백 가지가 있으나, 맥주같이 몸에 해롭지 않고 도리어 효험이 많은 것이 없소”란 광고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8월 30일까지.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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