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향해 석기시대 위협·교황마저 비난하자
1기 백악관 참모도 “명백히 미친 사람” 우려
일부는 수정헌법 25조 ‘직무 불능’ 적용 주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기행과 극단적인 발언이 지난 10년간 미국 정치계를 따라다녔던 그의 ‘정신 건강 논란’에 다시 한번 격렬한 불을 지피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올해 초 ‘대통령의 노화설’을 제기해 격렬한 설전을 벌였던 뉴욕타임스(NYT)는 정신 건강 이상설을 제기하며 13일(현지시간) 2차전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언행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앞뒤가 맞지 않고 노골적인 욕설이 섞인 발언들은 권력에 취해 이성을 잃은 독재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이란을 향해 “오늘 밤 문명 전체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일요일 밤에는 교황 레오 14세를 겨냥해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 형편없다”며 맹비난을 퍼부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백악관은 이러한 우려를 강하게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력은 여전히 날카로우며, 적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리함과 넘치는 에너지는 지난 4년 동안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쇠약했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NYT는 전시 상황에서 미국 최고 군통수권자의 불안정성이 이토록 공개적이고 적나라하게 논의된 적은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적 상태를 의심해 온 민주당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능을 이유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그를 “매우 아픈 사람”이라고 불렀고,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완전히 미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백악관 주치의에게 서한을 보내 “치매와 인지 능력 저하와 일치하는 징후”가 보인다며 공식적인 검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우려가 단지 좌파 진영의 공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우파 진영과 옛 참모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트럼프와 결별한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위협에 대해 “강경한 수사가 아니라 광기”라며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지지했다. 극우 팟캐스터 캔디스 오웬스는 그를 “대량 학살 미치광이”라 불렀고, 1기 백악관 변호사였던 타이 콥은 “그는 명백히 미친 사람”이라고 우려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80세 생일을 앞두면서 그의 직무 수행 능력에 의문을 품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1%가 트럼프가 나이가 들면서 더 변덕스러워졌다고 답했으며, 9월 유거브 조사에서는 49%가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늙었다고 응답했다.
물론 과거에도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은 있었다. 링컨은 우울증과 싸웠고, 우드로 윌슨은 뇌졸중 이후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며, 린든 B. 존슨은 조증과 우울증을 오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기행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도자가 불안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비유하기도 한다. 보수 칼럼니스트 리즈 피크는 “트럼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중동 압박 전략의 일환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교의 역사학자 줄리안 E 젤리저 교수는 “닉슨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우려가 제기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모든 것이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드레일을 잃은 트럼프는 자신의 분노와 충동을 닉슨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2기 행정부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더욱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듯하다. 브롱크스 출신인 아버지가 독일에서 태어났다고 반복해서 우기거나, 크리스마스 리셉션에서 페루의 독사에 대해 8분 동안 횡설수설했다.
캄보디아와 아제르바이잔이라는 4000마일이나 떨어진 두 나라 사이의 가상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죽음에는 “죽어서 기쁘다”고 섬뜩한 반응을 보였고, 이란의 새 대통령을 강경파 최고지도자와 혼동하는 치명적인 외교적 결례도 범했다.
1기 행정부 시절 존 F 켈리 비서실장처럼 대통령이 선을 넘지 않도록 견제하던 참모들은 이제 백악관에 존재하지 않는다. 측근들은 모두 시선을 아래로 깐 채 침묵을 지킬 뿐이다. 하지만 극도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 지형, 특히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러한 ‘통제 불능’의 리더십을 강력한 반기득권의 상징으로 여기며 열광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미국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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