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 장터 골목에 덕성원이라는 어엿한 중국집이 하나 있다. 여느 지역마다 현지인들이 자부심까지 느끼며 애정하는 중국집이 하나씩은 있는데 파주에선 덕성원이 그런 곳이다. 들어서니 정방형의 널찍한 홀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놓여 있었다. 말끔한 차림의 60대 중후반 노신사가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테이블과 의자를 바로 놓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치웠다. 테이블 위 냅킨과 수저통, 간장통 등도 하나하나 각을 잡았다. 이 귀찮은 일을 하는 분이 바로 덕성원 대표 이덕강 씨다. 카운터에는 이 대표의 부인 정명숙 씨가 그런 남편을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이 부부가 덕성원의 3대 대표다.
1983년 문을 연 덕성원의 이름에는 ‘정성을 담아내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어느새 40년 성상을 넘었다. 지금은 이들 부부의 자녀들이 4대째 경영을 이어받기 위해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덕성원은 철학과 지향점이 뚜렷한 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들 부부가 말하는 가장 큰 특징은 ‘옛날 음식’이다. 그러니까 유행을 따르지 않고 처음에 시작했던 옛날 방식 그대로 음식을 낸다고 했다. 간장은 요즘 발암성 물질로 기피 대상이 된 캐러멜 색소를 쓰지 않고 직접 담근 옛날 간장을 쓴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날 맛본 짜장면과 짬뽕은 50대 초반인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짜장면은 너무 달지 않고 소스가 면에서 미끄러져 내리지도 않는다. 짬뽕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해물과 채소의 싱싱한 감칠맛과 칼칼한 고춧가루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오랜 세월 사랑받는 노포들이 예외 없이 그러하듯 덕성원 역시 좋은 재료를 쓴다. 이를테면 양파만 해도 다듬을 때 맛 좋고 선도 높은 안쪽 부위를 사용하기 위해 껍질을 두 겹이고 세 겹이고 아끼지 않고 벗겨낸다고 했다. 여기까지 들으니 자존심과 함께 기품마저 느껴진다. 시골 중국집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하게 된,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자부심이야말로 어쩌면 무간지옥 같은 세속에서 자신의 삶을 온존시키는 비급이 아닐까.
덕성원 음식이 맛도 있지만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것은 이들이 20년째 실천하고 있다는 미담 때문이다. 인근 보육원 아이들과 북한 이탈 주민들을 정기적으로 초대해 음식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민이 단순한 식객이 아니라 가족이고 친구라고 믿는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덕성원, 이름의 무게를 알고 그 의미를 실천하는 곳이니 존경받아도 좋을 노포다. 경의중앙선 금촌역은 서울 서대문 지역에서도 40분이면 닿는다. 이번 주말에라도 꼭 들러 보시길 바란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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