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행하는 ‘적통 논쟁’
정작 전당대회 쟁점으로 부상한 현안들에 대한 당권 주자들의 노선 차이는 크지 않다. 정청래 전 대표는 당 대표 연임 도전 일성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올해 1월 이미 “보완수사권은 폐지가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혔고, 송영길 의원 역시 “저도 보완수사권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한 차례 합당 추진 무산으로 타격을 입은 정 전 대표는 최근 범진보진영 통합을 꺼냈다. 김 총리 역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에게) 오래전부터 그냥 빨리 민주당에서 같이 정치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해 왔다”고 했다. 정치 고(高)관여층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전선(戰線)이 흐릿한데도 갈등의 수위가 극단적인 건 깊어진 감정의 골 때문이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무산, 지방선거 과정에서 ‘뉴이재명’ 세력이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 등 멸칭으로 조롱하며 자신들을 밀어내려 했다고 본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김어준 씨 유튜브에서 이 대통령 재판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거래를 시도했다는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이 제기된 이후 김 씨 등과 가까운 정 전 대표를 더는 믿기 어렵다는 기류다.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니 당권 경쟁은 사생결단의 ‘제로섬 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민주당 차기 당권은 2030년 대선의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승리하는 쪽이 모든 걸 갖는 구조다.
여기에 ‘순혈주의’라는 운동권 특유의 문화가 포개지면서 싸움은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대표직을 퇴임하면서부터 자신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출신임을 강조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 총리의 전력을 들춰내며 ‘적통 논쟁’의 불을 붙인 것. 이후 당권 주자들은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참석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전력 등 20년도 넘게 지난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맞붙고 있다. 4050세대가 주축인 민주당 당원에겐 중요한 문제일지 몰라도 민심 흐름과는 반대 방향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권에서도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상징적으로 드러낸 민주당의 ‘꼰대화’가 이유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의 방향을 책임질 당권 주자들은 퇴행적 꼰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전당대회 이후가 더 문제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런 양상이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하락하는 지지율 반등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행정 입법 사법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틀어쥔 집권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걱정되는 이유다.
문병기 정치부장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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