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4억명의 신자를 보유한 가톨릭의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차기 교황을 예측하는 도박 시장에 1900만달러(약 260억 원)의 판돈이 몰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7일 시작된 콘클라베에서 선출될 차기 교황 후보들을 놓고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 벳페어(Betfair)와 같은 도박 시장에서 베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팅 금액은 1900만달러로, 지난달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선출될 당시보다 약 50배나 큰 규모로 알려졌다.
교황 선출과 도박의 결합은 1503년 로마의 은행들이 교황 선출에 대해 베팅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16세기에는 추기경 알레산드로 다마세니 페레티 디 몬탈토가 직접 교황 선출에 돈을 걸고 이를 통해 자신의 후보가 교황 그레고리오 14세가 되도록 하기도 했다.
도박 시장에서 가장 지지받는 유력한 후보는 이탈리아 출신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다. 당선 확률은 25%로 예상된다.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 국무원장을 맡고 있다.
파롤린 추기경의 뒤를 이어 필리핀의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이 선출될 경우 최초의 아시안, 흑인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평화 특사인 마테오 주피 추기경 또한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베팅 시장에서는 상위 후보가 아닌 인물이 선출될 확률도 약 6%로 관측하고 있다. 2013년 당시 콘클라베 초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력 후보로도 언급되지 않았던 만큼 의외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콘클라베 투표권은 교황의 직위를 뜻하는 '사도좌'(sede)가 공석이 되기 전날 기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에게 주어진다. 이번 콘클라베에는 5개 대륙 70개국에서 추기경 133명이 참여한다. 당초 투표권자는 135명이었지만, 케냐의 존 은주에 추기경과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니자레스 로베라 추기경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의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첫날에는 오후 4시 30분에 한 번 투표가 진행된다. 이후엔 매일 오전과 오후에 두 번씩, 최대 네 번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지붕에 설치된 굴뚝의 연기 색깔을 통해 알 수 있다. 검은 연기가 나오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어서 교황 선출이 불발됐다는 뜻이고, 흰 연기가 올라오면 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영구적으로 비밀에 부친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추기경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모두 밖에 두고 콘클라베에 들어가야 하며, 전화와 인터넷, 신문 열람 등 외부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교황청은 콘클라베의 첫 투표를 진행하기 1시간 반 전부터 바티칸 시국 내의 휴대전화 통신 신호 송출 시스템을 비활성화하기로 하는 등 보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도청·녹음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정밀 수색이 진행됐고, 드론과 위성을 통해 투표장을 촬영할 수 없도록 교황청은 성당의 모든 창문에 불투명 필름을 붙였다.
이는 2013년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의 당선 가능성이 조기에 유출된 것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