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의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패한 뒤 사실상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조코비치는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세계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에게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도 '톱 레벨'의 기량을 유지해 온 조코비치는 패배가 확정되자 손에 키스를 한 뒤 클레이 코트에 대는 동작을 취했다.
프랑스오픈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한 그가 롤랑가로스에 작별 인사를 건넨 듯한 모습이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자연스럽게 은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조코비치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조코비치는 "모르겠다. 이게 이곳에서 내가 펼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마지막에 더 감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게 내가 롤랑가로스에서 펼치는 은퇴 경기라면, 분위기와 관중 응원을 놓고 볼 때 굉장했다고 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코비치는 "내 경력에서 이 시점에 '12개월 뒤'는 꽤 긴 시간"이라며 "더 뛰고 싶냐고? 그렇다. 그러나 내가 12개월 뒤에 여기서 또 뛸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개인 통산 10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기록은 조코비치가 역대 세 번째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남녀 통틀어 최다 기록인 메이저 대회 단식 25회 우승에도 도전하고 있다.
다만 그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지난해 US오픈에서 멈춘 상태다.
조코비치는 "내 최고의 기회는 아마 올해 윔블던일 것이다. US오픈도 뛰고 싶다. 이 두 대회에서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나머지(내년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는,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이 말밖에 못하겠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 오른 신네르는 ‘대선배’와 좀 더 코트에서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신네르는 "조코비치가 은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테니스는 그가 필요하다. 우리 젊은 선수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점이 멋지고 놀랍다"면서 "라커룸에서 그를 보고, 그의 열정을 보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다. 조코비치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롤모델이다"라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