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제외’ 지침 나흘만에 뒤집어
‘유예’ ‘단속’ 놓고 장관들 대립
이민단속 당국에 강하게 항의하다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후보 체포돼
이렇듯 정책을 오락가락 뒤집는 과정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이 반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이 보도했다. ‘예외 없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당장 불법 이민자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론을 강조하는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 민주당의 주요 인사 또한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있다. 24일 실시되는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은 17일 맨해튼 이민법원에서 법원 심리를 마치고 나온 남성 이민자를 붙잡는 당국자에게 강하게 항의하다 체포됐다. 멕시코계인 알렉스 파디야 민주당 상원의원 또한 12일 놈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반이민 정책에 관한 질문을 하려다 끌려나가 무릎을 꿇고 수갑까지 차야 했다.
● 밀러·놈 vs 롤린스 충돌미 국토안보부는 16일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농장, 호텔, 식당 등에서 불법 이민자를 다시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트리샤 매클로플린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공공 안전, 국가 안보, 경제 안정성을 위한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연간 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 목표를 달성하려면 농장 등의 작업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불법 이민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장주, 업계 경영자들은 꾸준히 이민자 추방 정책 완화를 요구해 왔다. 롤린스 장관이 업계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12일 전화로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단속 완화를 발표했지만 나흘 만에 뒤집힌 것이다.
정책 변경의 배후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 7개국 국민 입국 금지,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 격리 등 초강경 반이민 정책을 설계해 온 밀러 부비서실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과 놈 장관은 롤린스 장관이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과 정책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 큰 불만을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은 경쟁 관계에 있는 참모들이 이민 정책을 놓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으며 다투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민주당 정치인들 잇단 체포랜더 감사관의 체포를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최근 이민법원 방청석에서 심리를 지켜본 뒤 추방 위험에 처한 이민자 가족들과 동행해 이들을 인근 지하철역까지 안내하는 일을 도맡았다. 그는 또 ICE가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한 불법 이민자들이 법정에서 나서자마자 붙잡아 추방하는 모습에 강하게 항의하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매클로플린 차관보는 성명에서 “더 높은 공직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화제를 모으기 위해 법 집행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랜더 감사관은 여론조사에서 현재 1위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즉 랜더 감사관이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고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ICE 요원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한 셈이다.
파디야 상원의원 또한 놈 장관의 기자회견 당시 자신의 의원 신분을 밝혔음에도 제압당했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라스 바라카 뉴저지주 뉴어크 시장 또한 최근 이민자 구금센터를 방문하려다 ICE에 체포됐고 다섯 시간 만에 풀려났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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