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지역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주말에 내린 단비와 도암댐 방류 영향으로 50%를 넘겼다. 저수율 급상승으로 생활용수 위기는 다소 완화됐지만 대체 용수 확보 없이는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54%로 집계됐다. 주말 왕산면 일대에 100㎜ 안팎의 비가 내리고 지난 20일부터 도암댐 방류가 시작되면서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전날 38.7%에서 하루 만에 15.3%포인트 뛰었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민 87%가 생활용수를 공급받는 핵심 수원이다. 가뭄이 장기화해 저수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강릉시는 지난달 30일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전국소방동원령까지 발령했다. 소방차와 살수차, 군 급수차 등 1000여 대가 전국에서 모여 급수 지원에 투입됐고, 해상에서도 동해해경 5000t급 삼봉호 등 대형 함정이 급수선을 통해 원수를 공급했다.
강릉시는 공무원 1300여 명을 총동원해 살수차로 물을 나르고 취약계층에게는 생수를 배부했다. 일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제한 급수를 시행했는데 단비가 이어지며 저수율이 30%대로 접어들자 19일 제한 급수를 해제했다.
2000년대 초반 수질 문제로 방류를 중단한 강원 평창군 도암댐은 20일부터 하루 1만t 규모로 비상 방류에 들어갔다. 강릉시는 채수한 방류수를 검사한 결과 당일 측정이 가능한 8개 항목 가운데 총대장균군을 제외한 7개 항목이 기존 환경부 검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는 20일 오후 1시부터 생활용수 공급을 위한 방류를 시작했으며, 강릉시는 수질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자체 검사를 하기로 했다.
강릉 시민들은 저수율이 회복됐다는 소식에 안도하고 있다. 포남동에 거주하는 김모씨(63)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돗물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돼 생수를 사다 놨는데, 도암댐 방류 덕분에 숨통이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