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 몰린 국내 최대 책 축제
‘책 읽는 것도 힙하다’ MZ 문화로
‘굿즈 축제’ 우려도 나와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닷새간 15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막을 내렸다. 개막 첫날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이 이어졌고 사전 예매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되면서 올해도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을 입증했다.
출판계에서는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독서를 넘어 취향과 경험을 소비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도서전이 지나치게 굿즈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행사 기간 내내 2030세대, 특히 젊은 여성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텍스트힙’ 열풍을 반영하듯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즐기는 분위기가 행사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도서전은 이제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체육관과 수영장, 세탁소, 빵집 등을 콘셉트로 꾸민 출판사 부스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한정판 도서와 책갈피, 에코백, 문구류 등 굿즈를 구매하려는 긴 줄이 이어졌다. 인기 굿즈는 행사 초반부터 품절되며 SNS에는 ‘오픈런 성공’, ‘품절 인증’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2018년부터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온 그림책 출판사 윤에디션의 김윤정 대표는 “작년부터 2030 관람객, 특히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도 MZ세대인데 도서전은 1만2000원으로 다양한 출판사를 둘러보고 굿즈도 살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하더라”며 “이전보다 훨씬 축제 같은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역시 젊은 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었다. 자신이 태어난 해 베스트셀러 속 문장이 적힌 책갈피를 가져가는 이벤트에서는 2004년생과 2005년생 책갈피가 가장 먼저 동났다.
‘텍스트힙’ 열풍은 출판계를 넘어 정책 영역으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서전을 찾아 서울도서관과 신한은행이 공동 운영한 ‘문즉시재’(問卽是財) 부스와 주빈국인 프랑스관, 서울시교육청 부스 등을 둘러봤다.
오 시장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운영하는 서울야외도서관과 서울시 최초의 공공 독서모임인 ‘힙독클럽’ 등을 통해 시민 누구나 책을 가까이하고 삶의 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출판계는 ‘책 읽는 것이 힙한 문화’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보여준 흥행이 실제 독서 인구 확대와 출판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도서전이 ‘굿즈 축제’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굿즈 구매를 위한 오픈런이 이어지면서 정작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차분하게 책을 둘러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한 독립출판사 관계자는 “도서전의 가장 큰 매력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데 있는데, 굿즈를 사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면서 그런 경험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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