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이돌이 악귀 잡거나 혼 빼가
K팝 안무가, 프로듀서도 참여
민화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
삽입곡 챌린지, 굿즈 문의 쇄도
5살에 이민간 매기강 감독 연출
“미국인들 K만 들어가면 열광”
공개 5일만에 41개국 1위 올라
저승사자는 죽은 영혼만 데려가는 줄 알았더니, K콘텐츠에 빠진 전 세계 사람들 혼까지 쏙 빼놨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악령 쫓는 K팝 걸그룹과 꽃미남 저승사자 보이그룹의 액션 판타지 이야기로 화제몰이 중이다.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만든 영화인데, 한국계 캐나다 연출자 매기 강 등 한국 스태프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목소리 연기에도 현지 성우뿐 아니라 배우 안효섭, 이병헌, 김윤진 등이 한·영 버전 모두 호연을 펼쳤다.
25일 넷플릭스 톱 10 최신차트(6월 3주차)에 따르면, 작품은 글로벌 영화(영어) 부문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공개 사흘 만에 총 조회 920만 뷰, 80여 국가 톱 10에 든 결과다. 일간 수치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선 전날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 등 41개국 1위로 집계됐다. OST 음반도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위다.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는 팬들의 마음을 모아 악귀를 물리치고 세상을 지킨다. 마왕 ‘귀마’는 이에 맞서 경쟁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를 만들고, 이들이 겪는 정체성의 고민, 우정과 사랑으로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서사를 구축한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일지라도 시원한 액션과 코믹 요소로 재밌게 버무렸다.
뮤지컬 영화처럼 극을 이끌어가는 노래는 K팝 장르다. 한국어·영어가 섞인 가사와 강약조절이 들어간 포인트 안무 등 현실 복사판이다.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 레이블 프로듀서들과 안무가 리정, 댄스 크루 잼리퍼블릭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또 극중 듀스, 이박사, 멜로망스 등의 가요도 삽입곡으로 쓰여 한국 시청자에겐 추억을, 해외 시청자에겐 K팝 문화에 영향을 미친 문화 요소를 자연스럽게 인식시킨다.
악령은 도깨비, 악령 사냥꾼 걸그룹 ‘헌트릭스’는 옛 무당들의 활약에서 대를 이어왔다. 저승사자는 검은 도포와 갓을 쓴 전형적인 한국형 사신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영물 호랑이와 까치 등의 캐릭터도 민화 작호도를 연상시킨다. 남산, 명동, 북촌마을, 낙산공원 등 서울 길거리가 친숙하게 등장하고, 집 소파에 등 대고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거나 식당에서 수저 아래에 냅킨 한 장을 까는 등의 식문화도 깨알같이 반영했다.
먼저 이야기를 구상한 건 강 감독이다. 본격적인 제작은 애니메이션 ‘위시 드래곤’을 만든 크리스 애플한스와 공동 연출하며 2021년에 착수했다. 강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5살에 이민을 갔고, 매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며 자랐다. H.O.T.나 서태지와 아이들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영향력에 영감을 받았다”며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작업했다. 한국의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현상에 대해 “한국인이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 같다”며 “요즘 K가 앞에 들어가면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파급력도 만만찮다.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 등 따라하기 쉬운 선율의 곡이 현실 챌린지 열풍으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목소리 연기에도 참여한 그룹 유키스 출신 케빈이 직접 춤춘 영상을 올렸다. 트와이스가 부른 헌트릭스 곡 ‘테이크 다운’은 엔딩 크레딧에 삽입됐다. 제작진에게 제공된 작품 관련 굿즈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자 소니와 넷플릭스를 향해 ‘호랑이 인형을 팔아 달라’ ‘헌트릭스 자켓도 사고 싶다’는 구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국가대항 ‘월드 오브 스우파’선
저승사자·무당 소재 대규모 군무
평가 조회수 1200만 넘겨 화제
한편 유튜브에선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선보인 한국팀 ‘범접’의 안무작 ‘몽경’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각국 정체성을 담아 대규모 군무를 선보여야 하는 ‘메가크루 미션’에서 이들은 ‘저승사자’와 ‘무당’ 등 민속 신앙을 꺼냈다. 몸과 목이 따로 노는 아이솔레이션 동작으로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이어 몸부림치는 소녀의 몸짓과 흩날리는 깃털, 꽹과리 소리에 신명 나게 춤판을 벌이는 무당 이미지가 더해진다. 춤 동작에는 부채춤, 상모돌리기, 강강수월래 등도 녹아 있다.
5일간 조회수와 좋아요 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미션인데, 이 영상은 집계 기간 중 5개 팀 영상의 누적 조회수 3100만 회 중 1200만 회를 차지했다. 각종 기관, 기업 공식 계정이 남긴 재치 있는 인증 댓글이 화제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계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 영상이라 박물관에 영구소장 하고 싶다”고, 국립무형유산원 계정은 “무형유산의 참신하고 힙한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