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이 창사 이래 유례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3년 매출(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기준) 3196억원으로 처음 ‘3000억 클럽’에 입성한 뒤 지난해 4363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5위에서 3위로 치고 올라왔다. 1989년 세종에 입사해 38년을 한 곳에서 보낸 오종한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가 2021년 취임한 이후 5년간 매출은 93% 늘었다.
성장의 배경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대거 합류와 유기적 협업이 있다. 인수합병(M&A)에서는 조(兆) 단위 대형 거래 자문이 큰 폭으로 늘었고, 정보통신기술(ICT)·사이버보안 분야 규제 대응, 경영권 분쟁을 포함한 기업 송무에서도 외연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고려아연·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태광산업 교환사채(EB) 발행금지 가처분 등 상징성과 리스크가 큰 사건을 연속 수임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 “질적성장 뒷받침돼야”
오 대표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 매출을 묻자 잠시 뜸을 들였다. 공식 입장은 ‘두 자릿수 성장’이지만, 속내는 달랐다. “5000억원을 넘기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2위권 로펌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숫자예요.”
그가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4000억대에서 5000억대로의 도약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로펌의 체질 자체가 바뀌어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양적 성장은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목표는 아닙니다. 근데 질적 변화는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각오가 필요하고, 체질이 바뀌어야 합니다. 양적 매출 성장이 영속할 수 있고 꾸준히 이어지려면 질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하고, 그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세계 경제와 금리, 투자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 수요가 해외 현지 로펌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국내 로펌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변호사만의 조직은 끝났다
외형 성장과 함께 세종이 공들이는 건 비 변호사 전문 인력의 확충이다.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0년 약 5.3억원에서 2025년 약 7.2억원으로 높아졌지만, 오 대표는 이 수치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는 “이제 로펌은 회계사·변리사·세무사·고문·컨설턴트가 결합하는 종합 컨설팅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방산·국방, 통상, 경찰 출신 고문과 전문위원이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초대 공군검찰단장 출신 김영훈 변호사를 필두로 전 해군참모총장 김정수 고문,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 출신 강중희 고문 등을 영입해 방산·국방팀을 빠르게 키웠다. 오 대표는 “단순히 방산 수임뿐 아니라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팀”이라며 “방산 산업 자체가 뜨고 있고, 공급망에 연결된 협력 업체들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활용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리걸테크 ‘하비(Harvey)’ 사용 계정을 30개에서 100개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주로 영문 계약서 검토와 거래 자문 업무에서 효과를 보고 있고, 올해는 소장·준비서면 작성 등 송무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오 대표는 “AI를 지배하고 잘 활용하는 능력 자체가 변호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종에 맞는 사람
오 대표 취임 전후 세종 변호사 수는 434명(2020년말)에서 603명(2025년말)으로 39% 급증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내부 결속을 해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 대표는 “운 좋게도 좋은 분들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세종의 문화와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존 구성원들과 잘 섞이려는 분들이 결국 빨리 적응하고 시너지를 낸다”며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스타일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 찾는 인재는 ‘주어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 나서되, 조직과 잘 섞이려는 사람’이다.
그는 “새로 합류한 인재가 고객 관계와 확장성을 보여주면, 기존 파트너들도 그 투자가 조직 전체의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된다”며 “인간적 신뢰가 선순환의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파트너 승진 시스템, 평가·보상 체계, 임금피크제 등 제도적 안전망도 이 문화를 뒷받침한다. 특히 65세 정년까지 임금이 점진적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젊은 변호사와 선배 세대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틀을 갖췄다.
허란/김유진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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