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트로픽·MS” AI 공룡들이 젠스파크에 주목한 이유

8 hours ago 3

미국 팔로알토 젠스파크 본사.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 중이다 / 출처=IT동아

미국 팔로알토 젠스파크 본사.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 중이다 / 출처=IT동아

인공지능(AI) 기술은 명령을 내리면 결과를 내놓는 생성형(Generative)에서, 실제 업무를 끝까지 완수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진화하는 중이다. 핵심은 AI 모델의 실력 자체가 아니라, AI가 실제 업무를 어디까지 대신 처리해주느냐로 판가름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업무동향지표 2026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인간이 결과를 설계하고 AI 에이전트가 실행을 담당하는 새로운 방식의 에이전시 분배로 짚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 중 하나가 통합 AI 워크스페이스(AI Workspace)를 표방하는 젠스파크(Genspark)다. 여러 특화 AI 서비스를 따로따로 쓸 필요 없이, 젠스파크 안에서 70개 이상의 AI 모델 가운데 최적의 모델을 골라 프레젠테이션, 문서, 데이터 분석, 영상, 코드, 디자인까지 한 번에 처리해낸다. 말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함께 일하는 AI 직원인 셈이다.

성장 속도 역시 가파르다. 전 세계 190개 국가, 5000개 기업이 젠스파크 서비스를 이용하며, 월간 활성 사용자(MAU) 규모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25년 말에는 2억 7500만 달러(약 4267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 기업가치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9394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2026년에도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며 기업가치를 26억 달러(약 4조 339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빅테크의 시선도 젠스파크를 향한다. 오픈AI,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젠스파크와 손잡고 있다. 거대 모델을 개발하는 파운데이션 랩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쥔 공룡 기업들이 스타트업 AI 플랫폼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앞으로 AI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케 하는 신호로 읽힌다.

2026년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미국 팔로알토 젠스파크 본사에서 열린 파트너 간담회는, 기술 기업들이 젠스파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마크 마나라(Marc Manara) 오픈AI 스타트업 총괄, 대니 스타인(Danny Stein) 앤트로픽 AI 네이티브 전략 GTM(고투마켓) 리더, 마얀크 와드화(Mayank Wadhwa) 마이크로소프트 아세안(ASEAN)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해, 젠스파크와 협업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기술 방향을 논의했다.

오픈AI, 최신 AI 모델을 기민하게 다루는 젠스파크에 주목해오픈AI는 모델 성능을 실전에서 검증해주는 파트너라는 관점으로 젠스파크를 설명했다. 마크 마나라 총괄은 “젠스파크가 모델 성능의 한계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가감 없이 검증하고 공유해준 덕분에, 오픈AI 연구팀이 다음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속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젠스파크는 오픈AI가 싱가포르 사무소를 막 꾸리던 시절, 마크 마나라 총괄을 만나 노동자를 위한 AI 워크스페이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유했다. 오픈AI는 당시 소규모 조직이던 젠스파크의 구상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AI 모델 접근 권한을 내주었다. 두 기업의 협력은 이제 전방위적인 기술 관계로 확대됐다.

오픈AI는 젠스파크의 AI 모델 실행 능력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오픈AI는 젠스파크의 AI 모델 실행 능력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대표적 협력 사례가 리얼타임 API(소프트웨어 연결 표준)다. 음성 대 음성으로 작동하는 이 API는 젠스파크가 초기 채택자로 참여해 데이터를 축적했고, 그 결과가 GPT-리얼타임-2(GPT-Realtime-2) 모델 출시로 이어졌다. GPT-리얼타임-2 모델은 일본에서 AI가 대신 전화를 걸어주는 서비스에 적용돼 호응을 얻었다. 상사에게 퇴사 의사를 직접 밝히기 어려워하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과 AI의 편리함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프레젠테이션 생성과 이미지 생성 분야의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다. 에릭 징(Eric Jing) 최고경영자는 “열세 살 아들이 오픈AI 이미지 모델로 한국어, 일본어 등 아시아 언어를 이미지 속에 정확히 렌더링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순간 언어와 문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미국 연구소 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낮을 수 있는 이 기능이, 나에게는 오히려 차별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크 마나라 총괄은 오픈AI가 젠스파크 같은 애플리케이션 기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 외에도 중요한 데이터를 얻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픈AI가 모델과 플랫폼을 만들어내면, 젠스파크 같은 스타트업들은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그 모델을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빚어낸다는 설명이다. 오픈AI의 사명이 안전한 범용 인공지능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라면, 그 파급력을 넓혀주는 통로가 바로 젠스파크 같은 파트너라는 논리다.

오픈AI는 젠스파크와 데이터 보안 관련 공조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마크 마나라 총괄에 따르면, 기업 데이터가 곧 고유의 지식재산(IP)이라는 점을 인식한 젠스파크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픈AI는 데이터 제로 보존(Zero Data Retention) 규정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연동했다. 기업 고객들이 안심하고 인공지능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크 마나라 오픈AI 스타트업 총괄(좌)과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우) / 출처=IT동아

마크 마나라 오픈AI 스타트업 총괄(좌)과 에릭 징 젠스파크 최고경영자(우) / 출처=IT동아
마크 마나라 총괄과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AI 기술이 인간의 컴퓨터 조작 방식을 모델이 직접 학습하고 모방하는 ‘컴퓨터 활용(Computer Use)’ 고도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레거시 소프트웨어를 혼자 담당하느라 은퇴하지 못한 일본 엔지니어의 사례가 거론됐다.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 AI가 인간의 컴퓨터 사용 패턴을 고스란히 시뮬레이션해 작업을 자동화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GPT-5.5를 비롯한 차세대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 마크 마나라 총괄은 “차세대 프론티어 모델의 연산 효율과 지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의 언어적 특성, 비즈니스 전문용어 처리, 음성 모델의 자연스러운 억양 등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청취하는 중이다. 이 자료를 연구팀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AI 기술의 선순환 고리를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 시장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젠스파크의 속도감에 매료돼

앤트로픽은 젠스파크의 빠른 개발력과 시장 대응력에 주목했다. 대니 스타인 리더는 “젠스파크의 제품 개발 문화와 조직 운영 방식에 매료됐다”면서 “젠스파크는 앤트로픽과 함께 모델 개발 방향은 물론 초기 모델 학습, 연구 단계에서부터 깊이 관여한다. 최고의 AI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시에, 그 결과물을 자사 제품에 최대한 활용한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문제 해결사 캠페인 공동 전개, 마켓플레이스 공동 구축, 엔터프라이즈 보안 규격 획득 등으로 협력 범위를 꾸준히 넓혀갈 계획이다.

젠스파크의 업무 추진력과 개발력은 구글과 바이두 등에서 대형 조직을 이끌었던 케이 주(Kay Zhu) 젠스파크 최고기술책임자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보통의 대기업은 프론트엔드,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품질 평가 등으로 부서를 잘게 쪼개다 보니 소통 비용이 커지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책임 소재도 흐려지기 쉽다. 반면 젠스파크는 50명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고밀도 인재 개개인이 고성능 인공지능 도구를 무기 삼아 기획부터 코드 작성, 품질 검증, 출시 후 피드백 수렴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1인~2인 단위의 슈퍼맨 포드(Pod) 구조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젠스파크의 시장 대응 능력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앤트로픽은 젠스파크의 시장 대응 능력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케이 주 최고기술책임자는 젠스파크 내부에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개념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다크 팩토리란 완전 자동화된 공장은 조명조차 필요 없다는 뜻에서 나온 제조업계 신조어다. 개발 기업이 이 개념을 끌어들였다는 건, 가상머신 프로비저닝부터 코드 리뷰, 테스트, 병합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AI가 처리하고 사람은 최종 승인만 내리면 되는 수준의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니 스타인 리더는 “인공지능 기술을 내부 워크플로우에 가장 깊숙이 통합해 한계까지 파악하는 기업만이, 고객에게 가장 강력한 솔루션을 내놓는다고 본다. 앤트로픽 역시 젠스파크와 비슷한 방식으로 내부 고도화를 거치며 프론티어 AI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젠스파크의 내부 개발 문화가 소비자 대상 제품 경쟁력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하고,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파악한 다음 그 통찰을 고객 경험으로 확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젠스파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대니 스타인 앤트로픽 AI 네이티브 전략 GTM 리더(좌)와 케이 주 젠스파크 최고기술책임자(우) / 출처=IT동아

대니 스타인 앤트로픽 AI 네이티브 전략 GTM 리더(좌)와 케이 주 젠스파크 최고기술책임자(우) / 출처=IT동아

젠스파크가 기술적 도약을 이룬 계기는 클로드 소넷 3.7과 오퍼스 4.7 모델 덕분이었다. 케이 주 최고기술책임자는 다양한 AI 모델을 테스트하던 중, 루프 지속성(Loop Persistence)과 일관성, 그리고 뛰어난 오류 복구(Graceful Error Recovery) 측면에서 앤트로픽 모델이 유독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발견을 발판 삼아 젠스파크는 슈퍼 에이전트 체제로 전환할 수 있었다.

젠스파크의 슈퍼 에이전트는 제한된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수많은 하위 특화 에이전트를 조율하고 호출하는 오케스트레이터 역할을 맡는다. 복잡한 맥락 추론에는 최고 지능을 갖춘 프론티어 AI 모델을 배치하되, 단순 연산에는 비용 효율적인 소형 모델을 골라 비용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다가올 AI 시대에는 적은 예산으로 세상을 바꾸는 창업가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인류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역시 기술 숙련도보다 무한한 ‘창의성’과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마이크로소프트,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비전에 매력 느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 인프라와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는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잠재력에 주목했다. 마얀크 와드화 사장은 “젠스파크가 실제 일을 끝내는 에이전트 AI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제한된 채팅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지식 노동자의 실질적인 업무를 해결하겠다는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비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것이 전략적 파트너십의 든든한 주춧돌이 됐다”고 말했다.

에릭 징 CEO 역시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이력을 밝히며 친정 기업에 대한 강한 유대감을 드러냈다. 젠스파크는 창업 초기부터 사내 협업 도구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를 채택했고, 전체 서비스 인프라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비전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비전에 주목했다 / 출처=IT동아

젠스파크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 통합, 고투마켓(GTM) 전략, 고객 접근이라는 세 방향으로 협력을 진행하는 중이다. 먼저 두 기업은 ‘에이전트 365(Agent 365)’를 발표하기 전부터 긴밀하게 공조해왔다. 젠스파크의 에이전트 AI 역량을 마이크로소프트 365 플랫폼 안에도 적용했는데, 사용자가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다루다가 창을 전환하거나 별도 사이트로 이동할 필요 없이, 기존 업무 흐름 안에서 플러그인 형태로 젠스파크의 딥 리서치 및 슬라이드 생성 기능을 즉시 호출하는 구조다. 이 외에도 젠스파크는 마이크로소프트 마켓플레이스에 정식 입점해 서비스 접근성을 한층 높였다.

마얀크 와드화 사장은 앞으로의 인공지능 경쟁이 모델의 파괴적인 힘에만 기대서는 승산이 없으며, 혁신적인 기술력이 엔터프라이즈 표준에 맞는 보안, 거버넌스, 확장성과 맞물릴 때 비로소 비즈니스 가치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에릭 징 최고경영자는 “기술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로컬 데이터 주권을 유난히 중시하는 동아시아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별 맞춤형 클라우드 배포(Regional Deployment) 모델을 양사가 함께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