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중국의 자체 AI 기술 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중국이 AI 역량을 강화하게 되고, 미국의 글로벌 AI 기술 표준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5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미 정부의 AI 칩 수출 규제에 대해 “이 기술이 국가 안보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동맹국에만 접근을 허용하고, 적성국에는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특히 군사적 목적의 활용 가능성을 우려해 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적성국의 군사력은 자국 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컴퓨팅 자원에 기반한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한두 개 안 판다고 그들의 기술 개발이 막히지 않는다”고 수출 통제 무용론을 제기했다.
황 CEO는 “기술 통제가 그들의 군사력을 제한시킬 수 없다”면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미국의 글로벌 기술 패권을 확보할 사업 기회를 포기하도록 강요돼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만일 그가 (수출 통제로) 사업을 할 수 없다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이 활개를 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AI 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우리가 기술을 폐쇄하면 다른 국가들이 자체 생태계를 만들게 된다”며 “엔비디아가 빠지면 그 시장은 통째로 경쟁사에 넘어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고, AI 생태계 전체가 미국 기술 위에서 구축되게 해야 한다”며 “폐쇄보다 개방이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시장에 대해 “단일 시장 기준으로 500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수요가 존재한다”며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기술적 상호작용 부재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고 지적했다.
황 CEO는 “AI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라며 “기술을 공급하지 않으면 고객의 피드백도 얻지 못하고 학습 기회 자체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고성능 칩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저사양의 H20 칩 등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황 CEO는 이 같은 수출 통제로 인해 엔비디아는 분기 기준 55억달러(약 7조6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전 세계가 지금 AI에 배고프고 갈망하고 있다”며 “미국의 AI가 지금 당장 모든 사람을 이끌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AI가 일자리를 대신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황 CEO는 “여러분은 AI에 잃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누군가에게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AI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더 잘 사용하거나 더 좋은 프로그래머가 되도록 돕는다”며 “모든 사람이 AI를 기술 격차를 줄이는 선생님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AI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확대하고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인텔처럼 한때 잘나갔지만 추락할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엔비디아가 성공에 이른 긴 여정과 역경은 성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엔비다아는 파산할 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황 CEO는 AI에 대해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제조, 물류, 유통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황 CEO는 “AI는 과거의 정보기술(IT)과 달리 디지털 로봇처럼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능동적 존재”라며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노동력을 증강시키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모델이 생성되는 과정을 ‘지능을 생산하는 공정’에 비유하며,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AI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며 “이곳에서 수많은 연산을 통해 토큰(token)이라는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 토큰은 언어, 이미지, 화학식, 단백질, 심지어 신약 후보로도 재조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 CEO 세션장에는 약 1시간 전부터 들어가려는 참가자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 있었고, 세션이 끝나도 줄이 서 있는 등 황 CEO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