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곳에 인공지능(AI)만 붙였네요."
"김빠진 맥주 같죠."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 자료가 미리 배포되면서 기자실이 술렁였다. "눈에 띄는 내용이 없다"는 불평이 많았다. 기재부가 매년 발표하는 경제성장전략(경제정책방향)은 예산안, 세제개편안과 함께 3대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온몸을 갈아 넣어 만드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번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놓고 비판적 시각이 많다. 시선을 끄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여 경제학자들마저 "정부가 내놓은 성장 청사진은 실망스럽다"며 비판할 정도다.
기획재정부가 22일 공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은 선언적이고 추상적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대전환’, ‘초혁신경제’, ‘세계 AI 3대 강국’ 등 표현이 눈에 띄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대책은 부족했다. AI 관련 7대 선도 프로젝트 추진, EBS를 통한 AI 교육 확대 등이 언급됐으나 실행 계획은 모호하다. 문재인 정부 때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냥 대선 캠페인의 키워드(AI)에 구색 갖추어 급조한 청사진이다"며 "온갖 곳에 AI만 붙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만 해도 법인세 감면, 상속세 할증평가 폐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굵직한 내용이 포함돼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정책 무게감은 사뭇 떨어진다. 이번 상세 브리핑을 부총리나 차관이 아닌 차관보가 주관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스스로도 이번 정책의 가벼운 무게감을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7년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 2030년 선원 없는 자율운항 선박 개발 완료 등 현실적으로 정부가 공언하기 어려운 내용도 담겼다. 퇴직연금제도 단계적 의무화, 아동수당 지급 대상 매년 1세씩 확대 등은 이미 국정기획위원회 등을 통해 미리 공개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여당과 대통령실, 국정기획위원회가 주요 내용을 먼저 발표하면서 기재부 발표에 새로울 게 없다"며 "결국 추상적 표현으로 채운 듯하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이 경제성장전략보다 먼저 발표된 것도 무게감을 깎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발표되는 만큼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함께 담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7월 31일 세제개편안이 먼저 공개됐다. 2026년 예산안의 일부 내용을 경제성장전략에 담으려고도 시도했지만, 예산실과의 교섭이 여의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교수는 "만드느라 고생했겠지만, 대통령 구미에 맞추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경제 문제에 더 진지한 태도로 대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