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BIFF에서 주목해야 할 해외 장편 2편 '파이널 피스', '오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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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국제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분야는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영화다. <국보> (이상일), <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등의 화제작들이 포진해 있는데, 더불어 독립영화를 포함해 많은 편수의 일본 영화가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이는 최근 일본(작가주의)영화의 부상과 아시아 포커스 영화제로 정체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부국제의 의지가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미리보는 부국제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강세를 보이는 일본 영화 중 한 편과 해외 작품 한 편을 추천작으로 소개하려 한다.

1. <파이널 피스> (일본, 오픈 시네마)

<파이널 피스>는 <도쿄 느와르> (2004)로 국내에 알려진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소설 ‘반상의 해바라기’를 기반으로 ‘쇼기’, 즉 장기의 명수를 중심으로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의 <승부>가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프로젝트라면 <파이널 피스>는 프로로 입성한 쇼기 선수가 연루된 사건들을 과거로 거슬러 가며 재현하는 픽션 영화다. 영화는 두 개의 시체가 각기 다른 곳에서 발견되면서 유추되는 연쇄살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찰은 두 희생자와 공통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카미죠(사카구치 켄타로)를 수사의 대상으로 지목한다. 카미죠는 양아버지의 폭력에 오랜 기간 시달리다가 한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기를 시작하게 된 인물이다. 두 구의 시체는 카미죠의 아버지와 그에게 바둑 기술을 전수한 바둑 프로 토미오(와타나베 켄)이다. 영화는 각각의 살인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카미죠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다.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영화 <파이널 피스> 스틸컷 / 사진출처. ©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영화 <파이널 피스> 스틸컷 / 사진출처. © "The Final Piece" Film Partners /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번 부국제를 방문하는 가장 화제의 인물 중 하나인 사카구치 켄타로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 <파이널 피스>는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뷰 포인트라면 일본의 장기, 쇼기를 다루는 영화라는 사실이다. 일단 영화적 소재와 사카구치 켄타로, 와타나베 켄이라는 세기의 캐스팅으로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불균형한 영화의 톤과 수가 보이는 설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경찰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장면들에서 보여지는 과장된 액션들, 그리고 쇼기 선수가 연루된 연쇄살인 사건의 담당 형사가 과거 쇼기 선수 지망생이었다는 설정 등은 이 짧지 않은 (123분) 미스터리 영화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언급했듯 <파이널 피스>는 영화제에서 분명 가장 먼저 매진 알람이 울릴 확실한 흥행작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전통 장기 쇼기를 소개하는 부분은 액션 영화의 스펙터클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부산을 찾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 그리고 사카구치 켄타로가 직접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놓치지 않기를 권고하고 싶다.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영화 <파이널 피스> 스틸컷 / 사진출처. ©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의 영화 <파이널 피스> 스틸컷 / 사진출처. © "The Final Piece" Film Partners /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2025 Trailer | 파이널 피스 The Final Piece | 오픈 시네마]

2. <오마하> (미국, 플래쉬 포워드)

아빠는 엘라와 찰리를 깨워 차에 태운다. 한밤중에 일어난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키우던 개 렉스와 함께 아빠를 따라간다. 아빠는 네브라스카의 오마하로 서프라이즈 여행을 떠난다며 아이들을 달랜다. 한참을 달려 다이너에서 아침도 먹고, 주유소에서 군것질도 하는 등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여행이 나쁘지 않은 듯 즐거워한다. 네브라스카에 가까워진 어느 지점에서 아빠는 렉스를 동물보호소에 맡겨버린다. 절규하는 엘라와 찰리.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렉스의 운명이 곧 자신들의 운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오마하>는 끈기가 필요한 영화다. 영화의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 아빠가 왜 한밤중에 떠나는지,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도통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실마리라면 그가 아내와 전화하며 나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몇 마디뿐이다. 약간의 석연치 않음을 뒤로 한다면 영화는 비교적 발랄한 모드로 아버지와 아이들의 로드 트립을 스케치한다. 여행 도중 가보고 싶었던 동물원에서 각자 좋아하는 동물을 보고, 만지고,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여행의 목적지 오마하에 대한 환상을 키워간다.

궁극적으로 오마하는 네브라스카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고려장을 의미한다. 2008년 네브라스카 주는 safe haven law, 즉 ‘피난처 법’을 제정하면서 아이들의 유기를 사실상 합법화 한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는 부모들의 영아살해를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기도 하지만, 주가 나이 제한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방치되었다. <오마하>에서 아이들의 이름 찰리와 엘라는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은 끝끝내 무명으로 남는다. 아마도 영화는 버려진 수많은 찰리와 엘라를, 그리고 그 선택 뒤에 사라져 버린 부모들을 암시적으로 의미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설정을 선택했을 것이다.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IMDb

아이들과 아버지의 살가운 로드 트립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개가 버려지는 시점을 시작으로 섬찟한 미스터리의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현실은 끔찍하고도 비정한 것이다. 아이들을 버리고 돌아선 아버지는 한참을 달리다 그들을 두고 온 병원 (피난처 법에 의하면 아이들을 병원이나 소방서 등 의료시설이 있는 곳에 유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으로 돌아온다. 정처 없이 아이들을 찾지만, 그들은 이미 어디론가 데려가진 상태다. 아버지는 이제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영원히 못 찾거나.

<오마하>는 매우 잘 만들어진 사회 드라마다. 영화는 켄 로치 식의 첨예함을 품고 있지만, 짐 자무쉬 식 서정을 추구한다. 관객에게 남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좀처럼 씻기지 않는 울분과 생계와 관련된 갖가지 상념들이다. 선댄스에서 호평받았던 이 작품이 부산의 관객들에게도 같은 발자국을 남길지 기대가 된다.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콜 웨블리 감독의 영화 <오마하> 스틸컷 / 사진출처.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2025 Trailer | 오마하 Omaha | 플래시 포워드]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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