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는 항상 늦게 오는 걸까. 내려가려고 하면 꼭 내가 있는 층 아래로 내려가고 있고, 올라가려고 하면 내가 있는 층 위로 올라가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에서 위로, 또 위에서 아래로 왕복한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평균 대기시간은 엇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심리적인 문제일까?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짜증나다 보니 시간이 더 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의 '엘리베이터 역설' 편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체감상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먼저 올 확률이 높다. 문제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7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만 있다고 가정해보자. 엘리베이터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층마다 멈춰 선다. 엘리베이터가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문 열고 닫는 것을 포함해 10초다.
2층에 있는 A는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A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그 엘리베이터가 1층을 찍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다. 그 뒤 엘리베이터가 7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2층으로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초다. A가 운이 좋아서 내려오는 20초 사이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다면, 그는 첫 번째 만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올라가는 100초 사이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100초를 기다려야 한다. A가 첫 번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하는 위로 올라갈 확률은 1/6(20/120)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쓴 조지 G 슈피로는 이스라엘 히브리대 수리경제학 박사 출신의 수학자다. 책에서 그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역설 60가지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왜 내 친구들은 나보다 페이스북 친구가 더 많을까", "전능한 존재는 자신이 들어 올릴 수 없는 돌도 창조할 수 있는가", "'비가 오고 있다, 하지만 나는 비가 온다고 믿지 않는다'는 비논리적인 문장인가",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합법적인 두 가지 행동이 합쳐질 때 어떻게 불법이 될 수 있는가", "0.9999…는 정말 1과 같을까",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세비야의 모든 남성을 면도해야 하는 세비야 이발사가 있다면 그는 자기 자신도 면도해야 하는가" 등 말장난 같기도 한 문제를 던지며 인간 행동과 세상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본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