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으로 본 ‘탱크데이’ 논란, 그리고 표현의 자유[콜린 마샬 한국 블로그]

3 days ago 8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이번 주 토요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미국인인 나는 매년 7월 4일이 다가오면 늘 모국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대부분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인프라는 낙후돼 있고, 소송은 지나치게 많으며, 대중문화는 점점 더 유치해지고 있는 미국에 대해 불평할 거리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러한 단점들을 거의 상쇄할 만큼 큰 장점도 하나 있다. 바로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이다.

한국에 처음 오는 미국인들은 흔히 이 나라가 생각보다 이국적이지 않다고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익숙함 때문에 나중에 마주하게 되는 양국의 차이점이 오히려 더 놀랍게 다가올 수 있다. 나의 예를 들어보면 한국에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따라 사실을 말한 사람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거짓말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은 외신을 통해 미국에도 알려졌다. 외신으로 이 논란의 핵심을 미국인 독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미 주요 신문들은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국민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거센 불매운동에 직면해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치권까지 나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국민도 있다는 점은 대체로 언급하지 않았다.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독자들만이, 언제나처럼 붐비는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평범한 고객들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탱크데이’라는 이름에 담긴 논란적 요소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화한 보도에 외국 독자들이 놓치기 쉬운 또 다른 점은 ‘탱크데이’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정작 5·18민주화운동 자체는 다소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여당 지지자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사지 말자고 외치고, 야당 지지자들은 오히려 더 사자고 외치면서 역사적 비극을 되새기고 성찰할 기회는 반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모됐다. 그런 결과는 유감스럽지만,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닐지 모른다.

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놀라운 점은 지난주 한국의 모든 스타벅스 매장이 임직원들에게 ‘역사 인식’ 교육을 하러 영업을 일찍 마쳤다는 것이다. 나는 그 뉴스를 듣자마자 ‘reeducation’(재교육)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국어로는 비교적 무해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이지만, 영어에서는 독재나 권위주의를 연상시키는 불쾌한 뉘앙스를 지닌다. 북한의 정치사상 교육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가르치는 역사가 사실이든 허위이든, 그것이 북한 정부가 승인한 공식적인 역사 해석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도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마케팅 행사가 있었다. 2015년 스타벅스는 바리스타와 고객이 인종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하기 위해 ‘Race Together’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21세기 미국에서 친구끼리도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민감한 인종 문제를 스타벅스 바리스타와 토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당시에도 소셜미디어에 인종 문제와 관련된 글이나 댓글을 올렸다가 해고된 사례가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 내용이 거짓이든 사실이든 혹은 농담이든 상관없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 때문에 해고된 사람은 정부의 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런 주장 역시 민주주의 정신에는 어긋난다. 사회에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없는 주제는 결국 자유롭게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종 문제와 같은 사회적 현상에 대한 특정한 견해를 사실상 금기시한다면,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명칭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걸어온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올해 독립 250주년을 맞는 미국보다 더 발전했다. 그러나 미 연방대법관 올리버 웬들 홈스 주니어(1841∼1935)가 남긴 유명한 말을 한 번쯤 되새겨 보면 좋겠다. 헌법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이 아니라 우리가 싫어하는 사상이라는 말 말이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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