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형사처벌 사라지고 '돈'으로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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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가장 뜨거운 감자가 외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해마다 많은 부부가 이혼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주된 이혼 사유 중 하나가 외도입니다. 일부일처제하에서 외도는 많은 사회적 비난을 받습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동거녀 김희영, 홍상수 감독과 동거녀 배우 김민희 사이도 외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도 받았습니다.

과거에는 부정행위는 간통죄로 형사처벌까지 되었는데,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을 함에 따라 처벌 근거가 사라져서 간통죄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외도, 부정행위가 형사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지금 이러한 외도가 이혼소송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처벌은 사라졌지만 '돈'으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외도, 즉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형사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혼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일방 배우자는 법원에 그 상간남이나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인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급심 실무는 이러한 경우 보통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혼인 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배우자는 가정법원에 그 상간남, 상간녀 및 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인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재판관할이 민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가사부입니다.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그 상간자는 함께 그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둘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책임 관계에 있습니다. 배우자는 상간자와 배우자 모두에게서 함께 위자료를 받을 수는 없고요. 보통의 경우 배우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아 배우자가 더 많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데요. 배우자로부터 위자료 전액을 지급받으면, 상간자로부터는 별도로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위자료는 보통 15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에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 최태원 회장의 동거녀 김희영에 대한 노소영 관장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액수를 20억원을 인정하였는데 위 금액은 굉장히 이례적인 금액입니다.

과연 위자료를 얼마나 인정하는 게 적절한지, 각자의 재산 등에 비례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하급심 실무는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년간 물가가 많이 상승했음에도 과거부터 위자료 액수가 변동이 거의 없는 점, 위자료는 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부일처제를 보호하고, 부정행위에 대해서 민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금액이 상향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경우에 외도 즉, 부정행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남녀 사이의 흔히 말하는 썸과 부정행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정신적인 외도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것일까요? 외도 즉 부정행위와 관련해서 판례는 다소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교 행위가 있었던 경우뿐만 아니라 둘 간에 연인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것 같은 호칭을 사용하며 대화하는 경우, 연인 사이에서 있을법한 스킨쉽이 있는 경우 등에는 모두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바람 피운 쪽이 이혼 원하면?

부정행위를 한 자는 이혼 소송에서 유책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혼 사유를 민법 제840조에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혼 사유가 없다면 이혼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하급심 실무는 점점 파탄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혼인 관계가 파탄되었다면 특별한 이혼 사유가 없어도 이혼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법원에서 이혼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혼 청구를 기각하여도 그 부부가 재결합하지 않고, 결국 다시 또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재결합이 되지 않는데도 이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하고도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부부관계가 파탄되어 회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경우 이혼을 시켜주는 것이 하급심의 대체적인 입장입니다만 그래도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달리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입니다. 즉 부정행위 등을 한 유책배우자는 상대방도 이혼을 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불허됩니다. 판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배우자에 대한 이혼 청구는 홍상수 감독이 유책배우자였기 때문에 기각되었고, 최태원 회장의 이혼 청구는 노소영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이혼 판결이 나온 것입니다.

재산분할·친권·양육권·면접교섭에 미치는 영향

부정행위가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원칙은 영향이 없다입니다. 위자료 판단과 재산분할에 대한 판단은 별개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으로 양자는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재산분할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 판사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인상 때문에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 서울고등법원 하급심 판결이긴 합니다만 부정행위 과정에서 부부 공통재산이 상간자에게 흘러간 경우 예를 들면 월세를 대신 내주거나 차나 집을 사주거나 여러 차례 명품 선물을 해주는 경우 등에는 부부 공동재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재산분할 비율을 달리 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습니다.

부정행위가 친권자, 양육자 지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부정행위자라는 이유로 친권자, 양육자 결정에 있어서 불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녀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그 부모와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 교섭에도 원칙적으로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이혼한 후에 그 이혼의 원인이 된 부정행위자와 함께 지낸다는 이유로 다른 일방 부모가 면접교섭을 거부한다든지 이 부분을 문제 삼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증거 확보의 딜레마

마지막으로 부정행위에 관한 증거는 어떻게 확보해야 하는 것일까요? 과거와 같이 경찰을 통해 부정행위 현장을 덮쳐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법원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통하여 CCTV를 확보하거나, 차량 블랙박스, 휴대폰,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증거와 관련하여 과거에는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 관련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서 형사 처벌되는 것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민사나 가사소송에서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이 하급심 법원의 일반적인 태도였는데요.

최근에는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에서 휴대폰 스파이앱을 통해 배우자와 상간자의 전화 통화를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판시를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외도나 부정행위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면서 그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관하여도 유의해야 합니다.


외도…형사처벌 사라지고 ‘돈’으로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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