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물량 확보 놓고 고심 깊어져
고가에 샀다 폭락땐 조 단위 손실
해협 갇힌 선박, 체선료도 치솟아
“민관 협력 모델 만들어 대응해야”
● 요동치는 유가에 6월분 확보 딜레마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올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최소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경우 그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5000억 원대였지만 삼성증권은 13일 1조1840억 원으로 이를 높여 잡았다. SK이노베이션 역시 2월까지 5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한국투자증권 등이 1조8430억 원까지 높였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3월부터 시작된 원유 수급 부족과 고가 매입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중동 상황이 급속히 종전으로 결론이 날 경우 유가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6월 도입 원유를 놓고 고심이 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5월분 원유까지는 웃돈을 주고 도입했다. 장기계약 원가 기준인 5월 아랍라이트 공식판매가격(OSP)은 배럴당 19.5달러로 2022년 8월(9.8달러)을 넘어 역대 최고치로 올랐다. 현물 시장에서도 배럴당 15∼30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원유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6월분 원유다. 6월 물량을 구하려면 지금 계약해야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하는 중이라 판단이 쉽지 않다. 만약 고가에 원유를 샀다가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폭락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유가가 1달러 하락할 때마다 정유 4사 합산 약 1150억 원의 손익이 증발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100달러 수준인 유가가 전쟁 전 60달러까지 내려갈 경우 조 단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급 다변화 어려움에 ‘최고가격제’도 변수
호르무즈 해협 안에 갇혀 돌아오지 못하는 유조선도 정유사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재 해협 안에는 국내 정유사 유조선 7척이 갇혀 있는데, 하루 체선료가 평시의 10배 수준인 20만 달러로 치솟았다. 현재 누적 부담액이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원유 수급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신규 공급망을 찾고, 정부가 외교 통상력을 발휘해 지원해 주는 민관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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