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제조사 필터링 당할 때…코스피200 꿰찬 적자기업들

1 week ago 7

‘코스피 랠리’ 속에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시장 규모가 400조원을 돌파했지만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지수에서는 우량주가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우량 종목들이 산업군 분류에 막혀 지수에서 배제되고, 적자 기업들이 해당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조업은 일단 배제”

27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 시총 데이터와 코스피200지수 구성 종목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내 시총 상위 200위권(ETF 및 우선주 제외) 기업 중 30여 곳이 코스피20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115위인 한화비전(4조4800억원)을 비롯해 달바글로벌(151위·2조9000억원), HD현대에너지솔루션(189위·2조1100억원) 등 우량주로 평가받는 기업들이 지수 구성 종목에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우량 제조사 필터링 당할 때…코스피200 꿰찬 적자기업들

이처럼 지수와 시장의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제조업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현행 지수 선정 방식이 꼽힌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수 산출 시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8개 산업군에서 시총 70%까지 편입 종목을 우선 선정한 뒤 남은 자리를 제조업에 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산출 로직은 과거 비제조업 비중이 낮아 해당 산업군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량 제조업체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은 시장 전체 시총의 80%를 차례로 올리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업종별 비중도 고려하지만, 시총 순위가 높은 우량 기업이 지수에서 배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코스피200에서는 제조업체들이 아무리 몸집이 커져도 비제조업군에서 자리를 먼저 채우고 남을 때만 편입될 수 있어 사실상 지수 진입이 불가능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장비·소재 분야의 우량 제조 기업이 서비스업 분야의 중소형주보다도 지수 편입 순위에서 밀리는 ‘역차별’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깜깜이’ 편입…부실 기업에 자금 유입

코스피200지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결함은 편입 심사 시 수익성을 전혀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상 코스피200의 심사 기준은 하루 평균 시총과 거래대금이다. 해당 기업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지,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수익성 지표는 전무하다.

S&P500은 시총 요건 외에도 ‘최근 4개 분기 합산 흑자’라는 강력한 이익 요건을 바탕으로 부실 기업을 걸러낸다. 지수에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 창출 능력을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스피200지수에는 이 같은 요건이 없는 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마이너스여도 지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업계에서는 패시브 투자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지수가 시장의 옥석을 가려내는 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이 지수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기계적인 자금 유입을 받는 반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일부 우량주가 지수에서 소외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알짜 기업들도 적절한 자금 유입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