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당’ 윤나라 대표 ‘…막걸리 레시피’
“딸기, 솔잎, 연잎, 오미자, 더덕 등
제철 재료로 1년 내내 빚는 술
한식엔 와인보다 전통주가 제격”
래퍼 빈지노가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작은 주막 ‘윤주당’에서 막걸리 빚기를 배우고 만들었다는 노래 ‘침대에서/막걸리’(2023년). 좋은 막걸리 한잔은 ‘살아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윤주당의 술 빚는 ‘주모’ 윤나라 대표(39)가 책 ‘윤주당의 사계절 막걸리 레시피’(한스미디어·사진)를 최근 발간했다. 23일 만난 윤 대표는 “우리 전통주는 1년 열두 달 내내 빚는다”며 “빚는 사람에게 계절감과 함께 ‘산다’는 감각을 일깨워 준다”고 했다.
딸기 솔잎 아카시아 연잎 오미자 참외 더덕 유자 석류…. 신간이 소개하는 막걸리 부재료들이다. ‘넣으면 안 되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엔 다양한 먹거리가 나기에 원래 그때그때 나는 재료를 넣어 술을 빚었다”며 “탁주에 과일 등을 넣어 만드는 건 요즘 생긴 문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창덕궁과 운현궁, 익선동 한옥들이 모두 근처예요. 좋은 효모가 공기 중에 떠다닐 것 같지 않아요?”
“일제강점기에 과세하려고 조사했는데, 전국에 양조장이 1만5000개였어요. 양조장이 커피숍만큼 많아지면 그만큼 술맛도, 우리 문화도 풍부해지는 게 아닐까요.”
원래 윤 대표와 전통주의 인연은 외할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 정도였다고 한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한 뒤 공연·문화기획 분야에서 일하다가 2, 3년 정도 일을 쉬던 2015년에 운명이 바뀌었다. 구(區) 소식지를 보고 ‘3개월짜리 막걸리 교실’에 등록했다. 전통주에 빠져들어 공부를 더 하다가 2019년 해방촌에 주점을 열었다. 당시 동네에 와인바와 위스키바, 심지어 모로코 식당까지 있어도 전통 누룩 막걸리를 파는 곳은 없었다고 한다. 낮엔 술 빚기 클래스도 운영했는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주 인도 한국 대사관, 벨기에 한국문화원, 프랑스 파리 등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주 빚기를 시연하고 강의하기도 했다. 윤 대표가 막걸리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그는 “‘막걸리는 값싼 술’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한식 파인 다이닝에서도 음식을 와인과 페어링하지요. 하지만 우리 전통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전통주예요. 전통주엔 단 술만 있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윤 대표는 코스 요리엔 먼저 도수가 낮고 곡향이 은은한 차(茶) 같은 전통주로 시작해 해산물은 산미가 있는 술, 고기는 요리 따라 다르지만 솔잎이나 연잎을 넣어 탄닌 성분이 있는 약주 등을 마실 것을 권했다. 갈비찜 같은 요리엔 단 술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식후주로는 혼돈주(소주와 탁주를 섞은 술)나 과하주(過夏酒)처럼 알코올 도수가 낮지 않은 술을 취향대로 마시면 된다.
“일본식 주세법을 따랐다가 지금도 원료를 쌀로 하고 일본식 입국을 쓴 술만 청주로 분류됩니다. 수많은 우리 맑은 술이 약재를 넣은 것도 아닌데 ‘약주’예요. 또 탁주·약주에 과실, 채소류를 녹말 대비 일정량 이상 넣지 못하게 돼 있어요. 복분자를 많이 넣고 싶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지요. 불합리한 법은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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