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사실상 확정됐다. 금융당국이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린 가운데 5월 2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자회사 편입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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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8일 금융위원회는 안건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신청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금융위는 5월 2일 정례회의에서 소위원회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2곳 인수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 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총 세 차례 회의를 거쳐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특히 이달 10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상당수 위원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는 우리금융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우리금융이 종합등급 3등급을 받으면서 최종 승인 전망이 불투명했다. 현행 규정상 자회사 편입을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2등급 이상, 인수대상 회사가 3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평가에서 기준 미달로 나온 만큼 이번 결정은 사실상 금융위의 재량 판단에 따른 ‘정무적 승인’ 성격이 짙다. 금융위는 내부 논의를 통해 자본건전성 회복 추세와 조직개선 약속 등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실제 우리금융의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은 12.42%로 전 분기 대비 0.29%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2%)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1분기 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 감소해 수익성 측면에선 부담이 남아 있다.
이번 거래는 중국계 보험사가 보유한 국내 생명보험사 지분을 각각 매각하는 이중 구조다. 우리금융이 ABL생명 지분 100%, 동양생명 지분 75.34%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국내 금융사가 중국계 보험사를 동시에 인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 편입을 마무리한 뒤 통합 여부, 브랜드 전략, 조직 구조조정 등 후속 과제를 진행한다. 보험업은 일반 은행업 대비 단기 수익성은 낮지만, 장기자산 운용과 고객 기반 확장이라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와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등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두 회사의 재무 구조와 시장 위치가 다른 만큼 인수 이후 통합 전략 또는 기능 분리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태평가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금융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린 것은 우리금융의 자본 여력과 보험업 진출 필요성을 함께 고려한 결과다”며 “이번 사례가 자회사 편입 심사 기준에 일정 정도 유연성을 부여한 선례가 될 수 있어 다른 금융지주사도 유사 사례에 주목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