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유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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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자유, 사회, 공동체.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개념들이지만 막상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질문하기 시작하면 막막해진다.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다. 자유주의는 단순히 '자유를 추구하는 사상'이 아니다. 한가지 이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주의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이해하지 못한 탓에 많은 이들의 잘못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반자유주의의 해부>는 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반자유주의 사회 이론을 반박하는 책이다. 저자 민경국은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연구 분야는 자유주의 경제 및 사회철학이다.

책은 자유주의를 정의하며 시작한다. 자유주의는 한가지 철학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이론이 있다. 자연권 사상, 칸트의 윤리학, 공리주의, 진화사상 모두 자유주의 사상이다.

저자는 이 중에서도 진화사상을 기반한 자유주의를 강조한다. 이 사상은 인간의 이성보다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을 중시한다. 진화주의적 자유주의에 따르면 관습, 시장, 윤리와 같은 문명사회의 행동 규칙은 오랜 시행착오와 발전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진화적 결과라고 본다. 자유 역시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가치가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이유다.

저자는 '반자유주의자'들이 제기하는 비판점들이 진화사상을 기반하는 자유주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진화사상의 관점에서 다섯 가지 반자유주의 사상이 펼치는 논리를 차례대로 반박한다.

민 교수의 비판은 보수주의, 존 롤스의 자유론, 공화주의, 자율론 공동체주의를 향한다. 이런 반자유주의 이론들은 공동체, 자율, 평등과 같은 가치를 강조한다. 이 가치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거나, 국가나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게 반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책은 반자유주의를 내세우는 가치를 자유주의적 사회가 더 효과적으로 실천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인 질서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가 개인의 자유는 물론 물질적 풍요로움과 문화적 진화도 이룰 수 있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주장이다.

자유주의를 포함해 여러 정치 철학에 대한 기초를 담은 교과서 같은 책이다. 저자의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탐구가 돋보이는 책인 만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저자의 논리를 곱씹으며 읽으면 현대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사상들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구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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