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켈로그 특사가 관련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뒤 동서(동독과 서독)로 분단됐던 독일 베를린을 직접 언급한 만큼 미국이 실제 이런 구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미국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도 이 같은 구상을 강조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美 고위 관리의 ‘우크라이나 동서 분할안’ 언급은 처음
켈로그 특사는 11일(현지 시간) 보도된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우크라이나를 분할하는 구상을 밝혔다. 서쪽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평화유지군인 ‘안심군(reassurance force)’이, 동쪽에는 러시아군이 주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미국이 지상군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동서 사이에는 약 29km 폭의 비무장지대(DMZ)를 두자고도 제안했다. 드니프로강은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로 흘러간다. 또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가르는 강으로 수도 키이우를 관통하기도 한다. 켈로그 특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에서 일어난 일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시 러시아 점령 지역, 프랑스 점령 지역, 영국 점령 지역, 미국 점령 지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미국 고위 관계자가 휴전 뒤 드니프로강이 우크라이나 내 경계선이 될 수 있다고 처음 제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논란이 일자 켈로그 특사는 소셜미디어 ‘X’에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원하는 휴전 뒤 안정화 병력을 얘기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분할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그가 직접 베를린 사례를 언급하고 DMZ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한 만큼 이 방안을 우크라이나에 압박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도 이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휴전을 중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2022년 러시아에 불법 합병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대한 러시아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전략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마침 이날 윗코프 특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움직여야 한다”고 협상을 재촉했다.● 미-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협상도 난항한편 미국은 11일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광물 협정’의 새로운 안을 두고 실무진 협상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부 무역 담당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이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회담을 진행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회담이)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광물 협정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러시아 가스관 통제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식민지 강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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