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은 전장에서 전투뿐 아니라 정보 수집, 물류 운송, 정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력이 될 것이다.”
벤 그린게리 퓨처파운데이션인더스트리 수석부사장은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로봇이 없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군용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퓨처파운데이션은 올해 1월 군용 휴머노이드 ‘팬텀 MK-1’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다. 키 180㎝, 중량 80㎏으로 20㎏ 장비를 들고 인간 보병의 빠른 행군 속도(시속 6㎞)로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인공지능(AI)이 적용돼 외부 지시 없이도 전장 환경을 판단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팬텀 MK-1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정찰병 임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게리 수석부사장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전투 로봇 T-800은 로봇이 맡을 수 있는 수많은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은 지난달 이 회사 전략 고문으로 합류했다.
실전에서 입증된 AI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발발한 전쟁이 군의 전략과 전술 교과서를 다시 쓰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적을 탐지하고 효과적인 공격 수단을 추천하는 AI 기술이 실전에서 효용성을 입증했다. 외부 지시를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과 로봇도 전장에 속속 투입되고 있다. 전쟁의 승부를 좌우하는 무기 체계 중심이 전차, 미사일, 전투기 등 하드웨어에서 AI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전쟁은 AI가 지휘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AI가 표적을 식별해주는 시스템 ‘라벤더’를 활용했다. 라벤더는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추려낸다. 이런 인물이 특정 장소에 나타나면 작전 책임자에게 알림을 보내 공습 등 후속 작전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스라엘은 아직 AI가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분 단위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장에서 AI의 분석과 추천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조동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AI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전쟁의 의사결정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는 데 있다”며 “표적 발견, 정보 분석, 지휘관 결정 등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력 피해 최소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AI 드론’이 핵심 무기 체계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군은 2024년부터 전장에 AI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전파 방해로 외부와의 연결이 끊긴 상황에서 표적을 스스로 추적해 타격할 수 있다. 미국 방위산업 소프트웨어업체 오테리온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한 AI 드론 유도 키트도 비슷한 기능을 갖췄다. 수동으로 조종한 드론이 목표물 1㎞ 안팎에 접근하면 AI가 표적을 식별해 공격한다.
드론을 막는 방어 체계에도 AI가 폭넓게 활용된다. 호주 대드론업체 드론실드의 센서퓨전AI는 레이더·카메라·음향·무선주파수(RF) 장비가 포착한 정보를 AI로 분석해 위협 가능성이 높은 드론을 분류하고 추적한다. 테리 반 하렌 드론실드 전략담당 부사장은 “미래 전장은 고도로 무인화되고 자율화될 것”이라며 “드론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드론을 막는 기술도 같은 속도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AI가 확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과 무인기는 유인 항공기를, 로봇은 병력을 대체할 수 있다. 반면 군 장병은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군의 입대율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린게리 수석부사장은 “(부족한 군인을) 휴머노이드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체 수단이 있는데도 군인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빈 기자/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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