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숙박·식단 묶어서 산다"…유통가 흔드는 '루틴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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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07 19:00 수정2026.04.07 19:16

다이나핏 전속 모델 샤이니 민호가 하이록스 콘셉트로 진행된 2026년 SS 시즌 화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다이나핏

다이나핏 전속 모델 샤이니 민호가 하이록스 콘셉트로 진행된 2026년 SS 시즌 화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다이나핏

뷰티와 피트니스, 여행을 한데 묶은 웰니스 브랜드 실험이 해외 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제품만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운동과 커뮤니티, 여행 경험까지 함께 판매하는 방식이 유통업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스타트업, 하이록스 싱가포르 2026서 성과

제주 기반 웰니스 브랜드 에가톳과 하이브리드 피트니스 브랜드 비커스는 지난 3~5일 열린 ‘하이록스 싱가포르 2026’에서 더블 레이스와 릴레이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고 6일 밝혔다. 에가톳 창업자 김한균 대표와 박규남 비커스 대표는 남자 더블 부문에 출전해 1시간 이내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샤이니 민호가 차지했다.

하이록스는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결합한 실내 피트니스 대회로 ‘지옥의 레이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참가자는 1km를 달린 뒤 썰매 밀기, 런지 등 기능성 운동을 수행하는 과정을 총 여덟차례 반복해 완주해야 한다.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모든 대회가 동일한 코스와 규격으로 운영돼 서울에서의 기록을 뉴욕이나 런던 참가자와도 비교할 수 있다.

이 같은 ‘표준화된 기록 경쟁’ 구조는 하이록스를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 참가비가 15만~20만원 수준임에도 수요가 몰리는 이유다. 완주 기록과 글로벌 랭킹이 개인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 자산’으로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디프로필과 같은 외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기록과 성과로 자신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균 에가톳 대표가 싱가포르 하이록스 대회에 참가해 운동하고 있다.

김한균 에가톳 대표가 싱가포르 하이록스 대회에 참가해 운동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이 사례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입상 소식이 아니라 웰니스를 어떤 방식으로 상품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화장품 브랜드가 제품을 팔고 피트니스 센터가 운동 수업을 파는 식으로 시장이 쪼개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운동, 식단, 숙박, 여행, 커뮤니티를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엮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에가톳이 강조하는 ‘스웨트 트립’은 이런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회 참가를 위해 싱가포르를 찾되 가족과 함께 머물며 여행을 즐기고, 운동과 회복, 식사까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패키지처럼 소비하는 방식이다. 운동이 더 이상 헬스장 안에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여행, 숙박, 식음, 굿즈와 결합한 복합 소비재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3~5일 열린 ‘하이록스 싱가포르 2026’에서 김한균 에가톳 대표와 샤이니 민호가 1위와 2위를 기록한 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지난 3~5일 열린 ‘하이록스 싱가포르 2026’에서 김한균 에가톳 대표와 샤이니 민호가 1위와 2위를 기록한 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김 대표는 파파레서피를 키운 화장품 업계 출신 기업인이다. 새로 내세운 에가톳은 단순히 피부에 바르는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수면과 식사, 운동, 회복까지 아우르는 ‘생활 루틴’ 자체를 제안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제주를 기반으로 숙박시설과 리트릿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것도 이런 방향과 맞닿아 있다.

비커스 역시 단순한 운동 시설을 넘어 커뮤니티 플랫폼에 가까운 모델을 지향한다. 서울 역삼동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하이록스를 포함한 기능성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반인부터 경쟁 참가자까지 끌어안는 구조다.

사진=푸마

사진=푸마

업계, 하이록스 마케팅 '꿈틀'

업계에서는 앞으로 웰니스 시장 경쟁력이 제품력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복이나 건강식, 화장품, 숙박 상품을 각각 따로 파는 시대를 넘어 브랜드가 소비자의 하루 루틴 전체를 설계해주는 쪽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외 웰니스 브랜드들은 리트릿, 러닝 크루, 식단 관리, 수면 프로그램 등을 결합한 패키지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미 하이록스를 새 마케팅 플랫폼으로 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푸마다. 푸마는 2024년부터 전 세계 하이록스 대회의 공식 의류·신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이 파트너십을 2030년까지 연장하며 하이록스 월드챔피언십 타이틀 스폰서 지위까지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푸마코리아가 지난 2월 ‘SS26 하이록스 컬렉션’을 내놓고 홍범석이 운영하는 네드짐과 함께 ‘하이록스 푸마 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회 참가 티켓과 훈련 프로그램, 의류·신발 체험을 한데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단순 용품 판매를 넘어훈련 커뮤니티와 대회 경험까지 브랜드가 함께 파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푸마

사진=푸마

여행·숙박업계도 하이록스를 ‘목적형 웰니스 소비’로 보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올해 1월 하이록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식 항공사 파트너가 돼 인천과 싱가포르, 오사카, 방콕, 홍콩 등 주요 개최지를 연계한 항공 프로모션에 나섰다. 하얏트 역시 서울과 인천, 싱가포르 등 개최 도시 호텔에서 선수·관중 티켓, 2박 숙박, 조식, 마사지, 디너, 앰배서더 운동 체험을 묶은 ‘월드 오브 하얏트 x 하이록스’ 패키지를 내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웰니스 시장은 이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같은 단일 품목 판매를 넘어 체험과 커뮤니티를 함께 파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운동과 여행, 회복을 묶는 브랜드일수록 고객 체류 시간과 재구매율을 높이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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