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게 피어난 슬픈 사랑 뮤지컬 ‘팬텀’…청춘의 격렬한 소용돌이 ‘베어 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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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렵다. 설렘, 환희와 슬픔, 고뇌를 동시에 건넨다. 사랑을 각기 다른 규모와 색깔로 그려낸 뮤지컬을 살펴본다.

●뮤지컬 ‘팬텀’
슬픈 사랑, 화려하고 웅장하게 피어나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을 지녔지만 흉측한 얼굴 때문에 가면을 쓰고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사는 팬텀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하게 되고 몰래 노래를 가르친다. 크리스틴은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데뷔하는 날, 주연 자리를 뺏긴 카를로타의 계략으로 공연을 망친다. 분노한 팬텀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아서 코핏이 극본을 쓰고 모리 예스톤이 작사·작곡했다. 1991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한국에서는 다섯 번째 공연이다. 같은 소설을 바탕으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만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른 별개의 작품이다. 팬텀이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는 틀은 같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을 미스터리하고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로 그린다. 이에 비해 ‘팬텀’은 팬텀(에릭)의 인생사를 풀어내며 그의 고뇌와 사랑에 집중한다.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다에와 팬텀(에릭)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다에와 팬텀(에릭)이 함께 노래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떨리는 마음으로 애절하게, 때론 분노로 폭발하듯 저음부터 고음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에릭의 넘버, 화려한 고음을 맑고 매끄럽게 뿜어내는 크리스틴의 넘버는 대형 무대를 꽉 채운다. 에릭과 크리스틴이 함께 부르는 ‘내 고향’, ‘넌 나의 음악’은 관객에게 사랑받는 넘버다.

오페라극장을 구현한 대형 무대는 멋스러운 공연장, 에릭이 사는 거대한 지하 등을 웅장하게 표현했다. 영상과 구조물을 함께 활용해 파리의 거리, 나무가 가득한 숲까지 실감나게 시시각각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은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에릭의 과거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파드되(2인무)로 구현해 우아함과 생동감을 더했다. 에릭이 크리스틴에게 레슨을 해주는 모습과 오페라극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은 한 무대에서 동시에 진행해 두 개의 바퀴가 돌아가듯 시간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뮤지컬 ‘팬텀’에서 팬텀(에릭)이 크리스틴에게 몰래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과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되는 장면을 한 무대에 담았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팬텀’에서 팬텀(에릭)이 크리스틴에게 몰래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과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되는 장면을 한 무대에 담았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팬텀은 박효신 카이 전동석이 연기한다. 크리스틴 다에 역은 이지혜 송은혜 장혜린이 맡았다. 전 오페라 극장장 제라드 카리에르는 민영기 홍경수가, 카를로타는 리사 전수미 윤사봉이 각각 연기한다. 크리스틴을 후원하는 필립 드 샹동 백작 역에는 박시원 임정모가 발탁됐다. 발레리나 벨라도바는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이 맡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8월 11일까지. 8세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청춘의 고뇌, 그 격렬한 소용돌이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피터와 제이슨은 사랑하는 사이다. 피터는 둘의 관계를 밝히기 원하지만 제이슨은 거부한다. 돋보이는 외모에 공부는 물론 운동도 잘해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제이슨은 친구들과 부모에게 외면 받을 것을 두려워한다. 학교에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오디션이 열리고 제이슨은 로미오 역을, 빼어난 미모를 가진 아이비가 줄리엣 역을 각각 맡게 된다. 제이슨을 좋아하는 아이비는 그에게 다가가려 애쓴다. 피터가 커밍아웃하자고 계속 요구하자 제이슨은 이별을 고한다. 아이비를 마음에 둔 맷은 우연히 피터와 제이슨의 관계를 알게 되는데….

곧 성인이 되는 고교 졸업반 학생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을 날 것 그대로 그렸다. 2015년 한국에서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번이 일곱 번째 공연이다. 동성애, 마약, 임신 등 길을 가로막은 벽 같은 현실 앞에서 인물들이 몸부림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비춘다.

뮤지컬 ‘베어 더 컴퍼니’에서 피터 역을 맡은 진호(펜타곤) .            쇼플레이 제공

뮤지컬 ‘베어 더 컴퍼니’에서 피터 역을 맡은 진호(펜타곤) . 쇼플레이 제공

피터 역의  강병훈.                쇼플레이 제공

피터 역의 강병훈. 쇼플레이 제공

초반 무대는 10대 특유의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특히 민감한 시기에 있는 이들의 내밀한 속내를 짚어가며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자신의 본 모습을 밝히고 싶어하지만 번번이 좌절하는 피터, 진짜 모습을 숨겨야 한다고 여기지만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제이슨, 화려해 보이지만 말하지 못한 아픔을 지닌 아이비는 인간이 지닌 각각의 연약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제이슨 역을 맡은 김재한 .            쇼플레이 제공

제이슨 역을 맡은 김재한 . 쇼플레이 제공

제이슨 역의 윤승우. 쇼플레이 제공

제이슨 역의 윤승우. 쇼플레이 제공

제이슨 역의 김수호.   쇼플레이 제공

제이슨 역의 김수호. 쇼플레이 제공

자식의 고민을 애써 외면하려는 어머니, 학생의 고해성사에 교리를 앞세우는 신부는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 만든 질서가 정말 신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역동적인 분위기 속 힘찬 넘버, 무거운 공기가 짓누르는 가운데 우울함을 담아내다 점점 처절하게 절규하는 넘버가 이야기의 흐름과 아프게 맞물린다.

아이비 역의 성민재.   쇼플레이 제공

아이비 역의 성민재. 쇼플레이 제공

아이비 역의 남가현.  쇼플레이 제공

아이비 역의 남가현. 쇼플레이 제공

피터 역은 진호(펜타곤) 강병훈 홍기범이, 제이슨 역은 윤승우 김재한 김수호가 맡았다. 아이비는 성민재 남가현이, 맷은 장현동 황건우가 각각 연기한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9월 14일까지. 16세 이상 관람 가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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