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해체 기술은 전통적인 건축·플랜트 철거, 기계, 화학, 제어 기술에 방사선 안전 및 폐기물 관리를 융합한 기술이다. 상용화된 일반산업 분야 기술 중 방사선 환경에 최적화된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역량으로 거론된다.
해체 기술은 공정 진행에 따라 설계 및 인허가(준비),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등 5개 분야로 분류된다. 제염 및 해체(철거) 기술이 고난도로 분류된다. 고방사선의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기술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실증로나 원형로를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해체 기술 기반을 구축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에너지부가 기초연구를 시작했고, 1996년에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해체 기술 실증사업(LSDDP)을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상업 원전 8기, 실증로나 원형로 8기 해체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했다.
유럽에서는 유럽공동체(EC) 주축으로 1979년부터 1999년까지 약 20년간 해체 기술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후 해체 현장의 기술 실증을 위해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수행된 4개 해체 현장(영국 흑연감속로 ‘WAGR’, 독일 비등경수로 ‘KRB-A’, 벨기에 가압경수로 ‘BR-3’, 프랑스 재처리 시험시설 ‘AT-1’)을 파일럿 프로젝트로 추진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공유했다.
일본은 일본원자력개발기구(JAEA) 주도하에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동력시험로(JPDR)를 해체했다. 15년간 해체 기술 관련 연구개발(R&D)을 하고 개발된 기술을 해체 현장에 적용 및 실증함으로써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JAEA 중심으로 복구 및 재건을 위한 국제 공동 R&D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와 한전원자력연료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 사업, 한수원의 중수로 압력관, 증기발생기 및 원자로헤드 교체 등을 통해 사업관리,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 방사선 안전관리 기술을 확보했다. 2015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방향’에 따라 96개 해체 기술 중 핵심 기반 기술 38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상용화 기술 58개는 한수원이 산학연 협력을 통해 확보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은 선진국(미국 등) 대비 82%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