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강세론자 였던 월가의 일부 분석가들이 테슬라에 대한 투자 등급을 하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렬한 대립 등 지금은 조심해야 할 부정적 촉매가 너무 많다는 근거에서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베어드 에쿼티 리서치의 분석가들은 이 날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들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320달러로 제시했다. 아거스 리서치의 분석가들도 이 날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류’로 하향 조정했다.
팩트셋이 테슬라를 담당하는 월가 분석가 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명은 강세, 17명은 중립, 11명은 약세로 전망했다.
베어드의 분석가들은 테슬라 주가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4월 8일의 올해 최저치 이후 3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상승세는 대부분 저렴한 전기차 출시와 6월 12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출시될 로보택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일론 머스크 CEO가 내년 하반기까지 수십만 대의 로보택시 운행을 약속했지만 이는 과도한 낙관적 주장이며, 실제로는 6천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테슬라가 예상보다 더 어렵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이고 격렬한 갈등도 테슬라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더한 것으로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긍정적일 때도 브랜드 손상 우려가 높았으나 이제는 양적으로 지속 성장한다는 증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거스 리서치의 분석가 빌 셀레스키는 예상보다 낮은 미국내 전기 자동차 수요 성장과 포드 자동차나 GM 같은 경쟁사들의 전기자동차 제조 능력이 향상돼 경쟁여건이 치열해졌음을 거론했다.
분석가는 그러나 등급을 낮춘 주된 이유는 테슬라가 ‘펀더멘털을 벗어난 사건에 따라 거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가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사이의 언쟁과 전기차 보조금 만료로 테슬라에 대한 수요가 더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베어드 분석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및 지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를 반영해 내년도 차량 인도 예상치를 낮췄다.
머스크는 종전에는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며 테슬라가 다른 브랜드보다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럼프 법안에 포함된 쓰레기 같은 내용으로 인해 전기차/태양광 세액 공제 폐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이는 트럼프와의 갈등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
마켓워치는 이번 대통령과 머스크의 공개적 대립은 재무 지표보다는 감정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경향이 있는 테슬라 주식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머스크와 대통령의 관계가 테슬라 주가가 상승한 주요 동인이었기에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주가는 11월 5일 대선 이후 작년 말까지 60% 이상 상승했는데, 투자자들이 머스크와 트럼프 정부의 긴밀한 관계가 회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 탓이다. 그러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어온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이 늘수록 트럼프와의 관계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한 대중의 반발과 머스크의 정치 활동으로 테슬라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핵심 사업보다는 주로 이벤트에 의해 좌우됐다.
바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올들어 테슬라 주가는 220달러 근처에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마켓워치와 인터뷰한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제이 우즈는 이 금액대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바닥선이라고 말했다. 이 가격대는 목요일 종가 대비 약 23%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즈는 전반적인 상황이 테슬라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미 머스크는 테슬라의 전통 소비자 기반인 녹색 에너지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로부터 멀어졌는데 이제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원들로부터도 반감을 사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도 이미지 훼손과 판매 급감이 이어지고 있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테슬라는 올들어 26% 하락했다. 이 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하락으로 출발했으나 동부표준시로 오전 11시30분에 플러스로 돌아서 0.1% 오른 2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