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최근 화물 없이 달리는 ‘빈 차 운행’을 줄여 물류비를 아끼고 있다. 경로를 최적화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덕분이다. 놀라운 것은 이 AI 에이전트를 개발한 사람이 엔지니어가 아니라 현장의 물류 관리자라는 점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통 공룡’ 월마트가 200만 명 넘는 직원을 AI 활용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체 제작한 AI 개발 소프트웨어 ‘코드퍼피’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파펜버거 월마트 수석엔지니어가 개발한 코드퍼피는 자연어로 지시하면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짜준다. 지난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월마트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엔지니어부터 시간제 지게차 운전사까지 이를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업무 효율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우선 월마트 물류창고에서 AI는 고객 주문에 따라 최적화된 동선을 직원에게 안내한다. 고객이 월마트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서 샌드위치 배달까지 요청하면 직원은 AI가 짜준 경로로 이동하며 최단시간에 상품을 배달 박스에 담을 수 있다. 상품 수령이 끝나는 시점에는 AI가 매장 내 샌드위치 가게에 조리 시작 신호를 보낸다. 이를 통해 고객은 따뜻한 상태의 샌드위치를 받을 수 있다.
사과, 바나나처럼 바코드가 없는 신선식품을 AI가 자동으로 인식하는 셀프계산대도 등장했다. 베이커리에선 직원이 갓 구운 파이나 케이크를 사진으로 찍으면 AI가 굽기 상태와 장식 디테일까지 평가해 품질을 가려낸다.
소비자를 파악하는 방식도 AI로 더 정교해졌다. 개인 쇼핑 비서 역할을 하는 AI 챗봇 ‘스파키’가 대표적이다. 과거엔 고객이 쇼핑을 위해 ‘남성 신발’과 같이 단어를 검색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길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AI와 상호작용한다.
월마트는 AI 쇼핑의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챗GPT 안에서 상품을 검색 및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월마트 주식이 거래되는 증시도 전통산업 관련 종목이 많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으로 지난해 11월 옮겼다. 올해 1월엔 아스트라제네카를 밀어내고 나스닥100지수에 편입됐다. 월가가 월마트를 단순 유통업체가 아니라 ‘식료품도 파는 기술 플랫폼’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다만 월마트 노동자 사이에선 AI가 비현실적인 업무 속도를 강요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불가능한 마감에 쫓기다 보니 선반 소독, 유통기한 점검 같은 핵심 단계를 건너뛰도록 압박받는다는 것이다. 한 노동단체는 월마트 주총에 “AI가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라”는 안건을 올렸지만 부결됐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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