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은 남자 병?”…80세 넘으면 여성 더 위험했다 [노화설계]

9 hours ago 3

소화성궤양은 위나 십이지장 점막이 손상돼 상처가 생기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출혈이나 천공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소화성궤양은 위나 십이지장 점막이 손상돼 상처가 생기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출혈이나 천공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위궤양은 남자 병”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80세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연구 결과 출혈성 소화성궤양 발생률과 사망률이 고령 여성에서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관절염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여성 고령층이 늘면서 위장관 출혈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와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김병욱 회장(가톨릭의대), 한림대의대 방창석 교수 연구팀은 관련 연구 68편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소화성궤양은 위나 십이지장 점막이 깊게 손상돼 상처가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속쓰림이나 복통 등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출혈이나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뒤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거에는 소화성궤양 환자가 남성이 여성보다 약 2배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일부 국내 자료에서는 80세 이상 여성의 출혈성 소화성궤양 발생률이 같은 연령대 남성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전국 단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출혈성 소화성궤양 환자의 30일 사망률은 여성 3.20%, 남성 1.83%였다. 천공성 소화성궤양의 경우 여성 10.03%, 남성 2.03%로 여성 환자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 왜 고령 여성의 위궤양 위험이 더 높아질까

연구진은 가장 큰 원인으로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감소를 꼽았다.에스트로겐은 위와 십이지장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분비량이 감소하면 이러한 보호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 실제로 조기 폐경을 경험한 여성은 같은 연령대의 폐경 전 여성보다 소화성궤양 위험이 약 38%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약물 사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 여성은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염진통제는 통증을 줄이는 대신 위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 생성을 억제해 궤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소염진통제 사용자 가운데 약 75%가 여성이다.

여기에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사용 증가, 고령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 등이 더해지면서 위장관 출혈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가톨릭의대 김병욱 교수, 한림대의대 방창석 교수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가톨릭의대 김병욱 교수, 한림대의대 방창석 교수
● 진료지침은 아직 ‘고령 여성’ 위험을 반영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소화성궤양과 상부위장관 출혈, 위장 보호와 관련된 주요 국제 진료지침 13개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침은 고령, 과거 궤양 병력, 소염진통제 및 항혈전제 사용 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었지만 성별이나 폐경 여부, 호르몬 상태를 공식 위험평가 항목으로 포함한 경우는 없었다.

연구진은 소화성궤양 위험이 남녀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만큼 향후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성별과 생애주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욱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회장과 방창석 진료지침개발위원장은 “현재 약제성 소화성궤양 진료지침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으며 성별과 폐경 여부 등 호르몬 상태를 중요한 변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영 교수는 “특히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고령 여성은 중증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높을 수 있다”며 “70세 이상 여성에서는 위산분비억제제 사용 등 위장 보호 전략과 함께 성별에 따른 약물 반응 차이를 고려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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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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