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류경수, 채원빈이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야당(감독 황병국)'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4.15 /사진=김휘선 hwijpg@ |
한국 영화계는 몇 년째 '위기'라는 단어가 따라다니고, 곡소리가 터져나온다. 영화산업은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흥행이 기대됐던 작품들도 기대만큼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한국 영화계는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영화 관객 수는 7147만 명을 기록하며 2017~2019년 평균(1억 1323만 명) 대비 63.1%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작년 상반기에는 '파묘'(1191만 명), '범죄도시4'(1150만 명)까지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하반기 '베테랑2'(752만 명), '파일럿'(471만 명), '소방관'(331만 명) 등의 깜짝 흥행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야당'으로, 관객 수는 337만 명에 그쳤다. '히트맨2'(254만 명), '승부'(214만 명), '검은 수녀들'(167만 명) 등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지만, '흥행작'으로 부르기엔 어렵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까지 겨우 300만 명을 넘으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관객들의 선택을 '예단'할 수 없게 됐고, 거장, 스타 배우를 내세우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영화관의 한국영화 관객 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관 상영이 제한되는 동안 OTT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영향력 확대로 영상 콘텐츠 소비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데 있다.
OTT로 영화 등을 시청하는 습관이 굳어졌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상영을 하지 못했던 일명 '창고 영화'들이 코로나19 이후 개봉되면서 변화된 관객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 관객 수가 감소하고, 흥행 실패에 따른 투자금 회수 난항으로 신작 투자, 제작 위축이 지속되며 위기 상황 탈출을 위한 출구조차 봉쇄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극장 영화가 개봉되지 않으면서 다수의 영화 인력들도 시리즈물이나 드라마 등의 분야로 이탈했고, 참신한 기획이 전부 OTT, 드라마로 넘어가 새로운 기획이 진행되지 못하며 시장에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 신승호, 이민호, 나나, 김병우 감독, 배우 채수빈, 안효섭이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김병우 감독)'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6.17 /사진=김휘선 hwijpg@ |
영화 감독들도 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다음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 '공작'(2018),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 강렬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윤종빈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 극장이 힘든 건 맞지만, 한국이 유독 힘들다. 다른 나라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0~80% 정도 회복했는데 한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시 OTT가 (극장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해 준 것 같다. 거기에 스릴러, 액션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가 나오니까 관객들의 니즈를 OTT가 해소해 주면서 극장에 사람들이 안 가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까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투자를 받기 힘드니까 영화를 기획 안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악순환의 반복인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이 필요할 것 같다. 이대로 극장이 죽어버리면 안 된다. 관객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제일 안 좋은 게 독과점이다. 콘텐츠도 경쟁해서 성장이 필요한데 한쪽으로 쏠리다 보면 안 좋을 것 같아서 극장은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은 "제 본질은 영화 감독이기 때문에 큰 스크린에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두 시간짜리 작품을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다. 극장과 스크린이 있기 때문에 영화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존재 이유는 극장이다"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디즈니+ 시리즈 '나인퍼즐'을 연출하며 호평받았던 윤종빈 감독이지만, 오히려 시리즈를 연출하며 영화에 대해 생각했다고. 그는 "영화의 기준은 러닝타임이 아니라 결국 극장에서 봤을 때 느껴지는 다름을 연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 테이크 찍을 때마다 공들여서 찍고, 그 차이점을 극장에서 봐야 느낄 수 있다. 그게 영화의 매력,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시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하는 작업이 내 마지막 영화 작업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영화계는 7~8월 개봉하는 여름 대작을 기점으로 극장가에 희망의 불씨를 지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총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전지적 독자 시점'은 한국 영화 기대작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이 출연한다. 올 상반기 400만 명이 넘는 영화가 전무한 가운데, '전지적 독자 시점'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이다.
이어 조정석 주연의 코미디 영화 '좀비딸', 임윤아 안보현 주연의 코미디 '악마가 이사왔다'도 개봉을 대기 중이다. 이 중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극장가를 살릴 '흥행작'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