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박혜나가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실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인 만큼 '보컬 차력쇼'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전망이다.
박혜나는 오는 5월 10, 11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 '박혜나의 나나랜드: 로드 투 나나랜드(ROAD TO NANALAND)'를 개최한다.
2006년 데뷔 후 19년간 무대에 서 온 그가 선보이는 첫 단독 콘서트다. 지난해 딸을 출산한 박혜나의 복귀 무대이기도 하다. 박혜나는 "복귀하면서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게 콘서트가 됐다"면서 "19년의 배우 생활도 돌아볼 좋은 기회가 때마침 주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위키드', '하데스타운', '이프덴', '식스 더 뮤지컬' 등에서 활약했던 박혜나의 목소리를 라이브 밴드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다. 박혜나는 "가요도 부른다"면서 "팬들에게 신청곡 리스트를 받았다. 팬분들이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는지 봐서 곡 리스트를 완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9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과정은 어땠는지 묻자 박혜나는 "처음에는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하나. 뭐 없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스트를 쭉 적어 내려가서 놀랐다. 꽤 오래 했구나 싶더라. 또 다 센 역할을 해서 엔딩곡 수준의 곡들만 모이더라"며 웃었다.
이어 "'좋은 작품에서 이렇게나 좋은 곡들을 불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걸 콘서트 무대를 선보인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인기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곡을 한국어 더빙했던 만큼 두 작품의 곡은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나는 "내 여정의 대표곡이 들어갈 수밖에 없더라"면서도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너무 많이 불러서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제일 난제였다. 아마 콘서트에서 부르기 전까지도 제일 많이 고민할 거 같다. 결론은 '오리지널처럼 부르자'일 듯싶다"고 전했다.
자신이 만든 리스트와 팬들이 보낸 신청곡이 겹치는 게 많았다고 밝히며 "내가 한 작품과 인물의 노래를 기억해 주고 다시 듣고 싶어 해주신다는 자체가 감사하다"라고도 했다. 박혜나는 "무대는 항상 관객분들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거라 그분들이 없으면 나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거듭 팬들의 지지와 응원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콘서트에는 김선영, 고훈정, 전수경, 민우혁, 조형균, 이해준, 그리고 남편인 김찬호가 게스트로 참여한다. 박혜나는 "다 내가 섭외했다. 해준이는 연락이 와서 무대에 서겠냐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해서 덥석 잡았다. 다들 전화하자마자 한 번에 선뜻 수락해 줬다.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딸을 출산한 그는 영화 '위키드'의 엘파바 한국어 더빙을 맡으며 활동을 재개했다. 뮤지컬 '위키드'의 한국 프로덕션 성공에 크게 기여했던 그에게는 더없이 뜻깊은 복귀였다. 박혜나는 당시를 회상하며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더빙했다. 제왕절개로 출산해서 걱정했는데 노래가 나오더라. 특히 감동적이었던 게 초연과 재연을 했던 게 내 성대, 기억 어딘가에 남아있는 게 느껴지더라. 그 경험이 너무 신기했다. 그 경험은 끝난 게 아니라 현재도 나와 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동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출산 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식스 더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식스 더 뮤지컬'은 유쾌하고 신선한 작품으로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흥행 여부와 별개로 입소문을 타면서 재공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박혜나는 "덕분에 좋은 동료 배우들을 얻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낸다"면서 "다음에 또 공연이 올라간다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혜나는 유독 초연작에 도전한 경우가 많았다. '위키드', '하데스타운', '이프덴', '식스 더 뮤지컬'까지 전부 시작을 박혜나와 함께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 '새로움'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했다. 박혜나는 "해보지 않은 경험, 맡아보지 않은 작품, 협업해보지 않은 창작진, 심지어는 공연한 적이 없는 극장까지 기준으로 삼은 적이 있다. 겁도 없이 기회가 오면 해봤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라마, 영화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박혜나는 "제 디폴트 값은 뮤지컬 배우이지 않나. 모든 경험이 다 뮤지컬에 도움이 되더라. 무대에 서는 동안 하루하루 더 발전하고 싶다. 많은 경험을 잘 쌓아서 하나하나 더 발전된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남은 배우 생활을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데뷔 2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묻자 "'나나랜드'를 한 번 더 열고 싶다. 좋은 콘셉트로 만나고 싶다. 또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항상 새로운 거 도전하는 거 좋아하니까 새로운 작품이나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