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자기기만 벗어나야 … 안보·재정·노동 전방위 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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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자기기만 벗어나야 … 안보·재정·노동 전방위 개혁 시급"

입력 : 2026.04.29 17:14

제18회 세계정책콘퍼런스 'EU의 미래' 세션
강성 노조·근무시간 등에 발목
美·中과 신기술 격차 더 벌어져
EU 결속 다지고 영향력 넓혀야

지난 24~26일 프랑스 샹티이에서 열린 제18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에 참석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WPC 사무국

지난 24~26일 프랑스 샹티이에서 열린 제18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에 참석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WPC 사무국

"유럽은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제18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 이틀째인 지난 25일 유럽에 반성을 촉구했다. 프랑스 샹티이 도멘 레 퐁텐에서 열린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소장과의 대담 세션에서 그는 유럽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다른 지역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뒤를 쫓기도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점차 줄어드는 인구와 강성 노조, 부족한 근무시간이 유럽의 문제로 지적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인은 부지런하며 세계를 추월하려는 호랑이의 눈을 갖고 있다"면서 "하루에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 기껏해야 4시간에 불과한 사회가 8~10시간 몰입하는 곳과 같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9%를 차지하는 유럽인은 2100년 5.8%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결속을 강화하고, 외부로 영향력을 넓혀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EU의 미래: 본질적인 쟁점은 무엇인가' 세션에서 가브리엘 펠버마이어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장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를 인용해 논리를 전개했다.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에서 유럽이 풍요를 유지하려면 강자의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는 예외적 시기였다"며 "경제적 번영과 정치 권력은 한쪽 없이는 다른 쪽도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략적으로 유럽이 강자로 남기 위해 금융, 방산 등을 통합하면서도 복지, 노동시장 등을 개별 국가에 위임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펠버마이어 소장은 "통화·통상 정책, 디지털 화폐, 공동 방위 등 규모가 중요한 곳은 통합해야 한다"며 "다만 재정·사회보장 정책, 노동시장 등은 수용성을 고려해 각국 자율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군사력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연방하원 원내부의장은 "유럽이 하나의 정치 행위자로서 자체 안보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에 실패하면 유럽의 앞날은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노르웨이 같은 비EU 유럽 국가들도 EU와 합세해 공동 안보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를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고 유럽의 최전방이 된 우크라이나에 주목하기도 했다. 뢰트겐 부의장은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며 "이미 유럽에서 가장 유능한 군대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안보에 없어서는 안 될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가 평화·민주주의·법치와 같은 가치가 아닌 이익 추구 집단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커털린 프레도이우 루마니아 부총리는 "EU는 평화 프로젝트에서 권력 프로젝트로 전환돼야 한다"며 "정치적 정당성을 성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집단적 역량을 '옳음'이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실'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샹티이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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