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교황 후보, 존 레논 '이매진' 불렀다가…"충격적" 논란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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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행사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 부르는 타글레 추기경. /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2019년 한 행사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 부르는 타글레 추기경. /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7)이 가톨릭계 보수파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과거 그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영상이 다시 조명받으면서다. 이매진에는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가사가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30일(현지시간) 타글레 추기경이 2019년 이매진을 부른 영상이 콘클라베를 앞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계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이 영상이 재조명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유력 교황 후보를 향해 의도적으로 이뤄진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타글레 추기경. / 사진=EPA, 연합

타글레 추기경. / 사진=EPA, 연합

라이프사이트뉴스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충격적이다: 타글레 추기경이 존 레넌의 이매진을 불렀다. 가톨릭 교리에 대한 배신인가? 이 곡은 종교, 천국, 그리스도의 왕권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찬가"라고 했다.

반(反)낙태, 정통 교리 수호, 프란치스코 교황 비판 등으로 잘 알려진 이 매체가 특히 지적한 부분은 이 곡의 가사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다. 반기독교적인 가사가 담긴 곡을 노래한 것 자체가 교황 후보 자격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코리에레델라세라는 타글레 추기경은 문제가 된 해당 가사를 아예 부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타글레 추기경의 전체 공연 영상을 보면 몇몇 가사가 의도적으로 생략됐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가수 잔니 모란디도 1996년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이매진을 불렀을 때 반종교적 가사의 경우 가사를 수정해서 불렀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2015년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랑해요'를 표현하는 수어를 보여주는 타글레 추기경 / 사진=AP, 연합

2015년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랑해요'를 표현하는 수어를 보여주는 타글레 추기경 / 사진=AP, 연합

한편, 타글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 개혁 노선을 충실히 계승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라고 불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해 정통 보수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는데, 타글레 추기경도 동성애자 등에게 '가혹한' 입장을 보이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는 다음 달 7일 시작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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