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경찰 소환 조사에 불응하기로 했다. 대면 조사를 요구해왔던 경찰이 이를 받아들여 장소 조율에 나설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방문해 변호인 의견서와 윤 전 대통령이 작성한 혐의에 대한 진술서를 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출석조사 대신 서면이나 방문 조사 등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당초 경찰이 요구한 3차 출석 요구일은 19일이다.
경찰이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 12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차 출석 요구일인 지난 12일 일과 시간 동안 기다렸으나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자 3차 통보 절차를 진행했다.
경찰은 그간 비화폰 서버나 국무회의 폐쇄회로(CC)TV 등 핵심 물증을 경호처로부터 확보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돼 있다. 계엄 나흘 뒤인 12월 7일 대통령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받고 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3차 불응에 나서게 되면 긴급체포나 미체포 상태에서 구속영장 신청하는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이 세 차례가량 출석을 요구했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제3의 장소를 제안하는 등 협조하는 모양새를 비춘 것도 이를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란 해석도 나온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