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아이언돔 받은 UAE의 OPEC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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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칼럼] 아이언돔 받은 UAE의 OPEC 탈퇴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란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나라는 교전국인 미국도 이스라엘도 아닌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580여 발의 미사일과 2260기 이상의 드론 공격을 당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상선 구출 작전에 나서자 이란이 첫 반격 타깃으로 삼은 곳도 UAE였다.

이란의 UAE 공격에는 비겁한 측면이 다분하다. 핵보유국이자 가공할 보복 능력을 갖춘 이스라엘 대신 만만한 UAE에 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UAE 내 미군 기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미군 시설보다는 산업 시설과 민간 인프라에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부르즈 알 아랍, 팜주메이라 등 두바이 번영의 상징물들과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등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된 ‘두바이 브랜드’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이란 입장에서 보면 UAE는 눈에 거슬리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둘은 같은 이슬람 권역일 뿐 사회 분위기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성 인권만 놓고 봐도 이란은 여성이 단 한 올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게 히잡을 써야 하는 게 국법임은 물론 컴퓨터공학과 등 77개 대학 전공은 여성의 지원 자체가 금지돼 있을 정도로 폐쇄된 사회다. 반면 UAE는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이 50%이고,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주도한 첨단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해 내각에 9명의 여성 장관이 있을 정도로 성평등 국가다. 인구의 89%가 외국인인 초글로벌 사회에서 해외 인재와 투자 유치에는 개방 문화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둘 사이를 회복 불능으로 벌려 놓은 사건이 있다. 2020년 아브라함 협정, UAE와 이스라엘 간의 수교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없이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또한 절대 없다는 아랍 세계의 오랜 금기를 깨뜨린 쇼킹 이벤트였다. UAE가 ‘이스라엘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핵심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이란이다.

50여 년 전 국가 수립 때부터 UAE는 이란에 섬 3곳을 빼앗긴 구원이 있다. 2022년에는 이란의 대리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UAE의 9·11’로 불리는 큰 전란을 입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 무게중심이 중동에서 중국으로 옮겨가자 UAE가 안보 공백의 대안으로 삼은 게 바로 적의 적 이스라엘이었다.

‘안보 보험’으로서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UAE에 큰 힘이 됐다. 이란의 연쇄 공격에서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덕이었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방공망 시스템을 해외에 파견한 것은 미국 외에 이번 UAE가 첫 사례다. 반면 걸프만의 오랜 협력 파트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가 이란의 완전한 무력화가 아니라 외교적 절충을 꾀하는 것을 보곤 UAE는 사우디와의 관계에 근본적 회의감을 가졌다. 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는 사우디 주도의 걸프 질서 탈퇴를 의미한다. 이는 원유 생산의 재량권이라는 ‘석유 주권’을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확실히 서겠다는 ‘안보 주권’ 성격이 훨씬 강하다.

UAE의 OPEC 탈퇴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안보 메시지를 던져준다. 첫째, 균형 외교의 허상이다. UAE는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을 기대해 미국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화웨이 장비를 국가 통신망 장비로 채택하기도 했지만, 이번 사태에서 중국의 역할이라곤 고작 ‘성명서’뿐이었다. 둘째, 동맹도 서로 가려운 데를 긁어줄 수 있어야 더 단단해지는 법이다. 이스라엘은 본래 미군의 유럽사령부 소속이었으나 2022년부터 중부사령부(CENTCOM) 관할로 편입돼 작전 수행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그 총대 역할을 맡아준 게 UAE였다. 과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미국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도 이라크전과 관련해 미국의 러브콜을 거절한 것이었다. 셋째, 힘의 공백에 대한 대안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이 각자도생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핵보유국들로 둘러싸인 우리의 선택지는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도 민족과 종파에 집착해온 아랍권마저 국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과도 손을 잡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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