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화려한 봉황의 두 날개 없어 다가갈 순 없지만,
마음은 무소의 뿔처럼 영험하게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지.
자리 띄어 앉아 고리돌리기 놀이하며 봄 술을 즐기거나, 편 갈라 물건 알아맞히기 놀이할 땐 촛불 붉게 타오르겠지.아, 경고(更鼓) 북소리 들려오니 이젠 관청에 들 시각, 바람에 날리는 쑥덩이처럼 말 몰아 비서성으로 향한다.
(昨夜星辰昨夜風, 畵樓西畔桂堂東. 身無彩鳳雙飛翼, 心有靈犀一點通.
隔座送鉤春酒暖, 分曹射覆蠟燈紅. 嗟余聽鼓應官去, 走馬蘭臺類轉蓬.)―‘무제(無題)’ 이상은(李商隱·812∼858)시인에게 어젯밤의 별과 바람은 각별하다. 한 대갓집 연회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둘의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서로 어떤 교감을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마음은 무소의 뿔처럼 영험하게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지만 자세한 내막은 오리무중이다. 상상 속의 그미, 아마 지금쯤은 사람들과 어울려 유희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붉은 촛불 아래 술을 나누며 고리돌리기나 물건 알아맞히기 같은 놀이를 하고 있을 테다. 재회를 기약할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한데 시인의 은밀한 연모(戀慕)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불현듯 다가온 등청(登廳) 시각, 말을 모는 심사가 울울(鬱鬱)하기만 하다. 어제와 오늘, 현실과 상상이 교차된 복합적인 서사 구조, 상징시파 특유의 은유와 함축미가 도드라진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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