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임윤찬 듀오 리사이틀
“연주 아닌, 그냥 노래하고 싶어”
“선생님과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축복이에요.”(임윤찬)
한국을 대표하는 두 피아니스트이자 사제지간인 손민수와 임윤찬이 한 무대에 올라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이 열린다.
듀오 리사이틀은 두 대의 피아노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드는 공연이다. 서면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은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가 되는 음악”(손민수)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듀오”(임윤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이번 공연은 손민수와 임윤찬의 본격적인 듀오 공연으로, 두 사람의 오랜 인연 덕에 더 눈길을 끈다. 손민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임윤찬을 가르친 스승이다. 2017년 영재원 오디션 때부터 제자의 천재성을 알아챘다고 한다.
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뒤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됐다. 손민수는 2023년부터 미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임윤찬도 같은 해 스승을 따라 해당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제자 임윤찬에 대해 손민수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몰입하고 헌신하는 여정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며 “무대 밖에선 늘 제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잊고 있던 본질을 일깨워주는 존재”라고 했다. 임윤찬은 스승에 대해 “인생, 음악 모든 면에서 절대적이고도 전반적인 지대한 영향을 미친 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선보인다. 손민수는 “좋은 음악과 좋은 연주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은 그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인생의 총결산 같은 곡입니다. 윤찬이와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육성이 담긴 즉흥 연주 녹음을 함께 듣고 감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역시 곡의 감동을 어린 시절 윤찬이와 나눴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음악들이죠.”
임윤찬은 이하느리가 편곡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에 대해서 “하느리는 신이 선택한 음악가”라며 “하느리 자체가 좋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피아노만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 편곡했다”고 평가했다. 두 예술가는 한예종 영재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사제가 함께 오르는 듀오 리사이틀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듀오 리사이틀은 서로의 해석, 숨결, 소리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느끼고 반응해야 해요.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입니다.”(손민수)
“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단 그냥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다른 두 명의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사투해서 얻어낸 음악 그 자체로 이 연주는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임윤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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