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이 서로 경청한다면 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요.”(첼리스트 양성원·왼쪽)
“음악을 통해 한·일 젊은 세대에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달하고 싶습니다.”(첼리스트 쓰쓰미 쓰요시·오른쪽)
지난 17일 일본 도쿄 산토리홀. 한·일 대표 클래식 연주자 16팀의 실내악 무대가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일한국문화원이 오는 22일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공연이다. ‘조화의 울림: 한·일 우정의 선율’을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에는 약 2000명의 관객이 찾았다.
한·일 대표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와 쓰쓰미 쓰요시 산토리홀 관장은 이번 공연에서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20세기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에게 첼로를 배웠다. 일본에선 바이올리니스트 사와 가즈키 도쿄예술대 명예교수, 한국에선 도쿄국제비올라콩쿠르에서 우승한 비올리스트 박하양 등이 호흡을 맞췄다.
양 교수는 공연 전 인터뷰에서 “한·일이 지난 60년에 이어 앞으로 60년간 더 밝은 미래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젊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몄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있을 때도 음악 교류는 멈추지 않았다”며 “음악을 듣는 것처럼 서로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쓰쓰미 관장은 “지금까지 역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라며 “이번 공연에서 양국 젊은 연주자가 호흡을 맞춘 것은 젊은 세대를 위한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음악으로 미래에 조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한·일이 음악 교류를 더 늘려야 서로 발전한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생각이다. 양 교수는 “일본은 1980~1990년대 산토리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콘서트홀이 곳곳에 지어졌다”며 “한국도 문화예술 공간이 늘고 있지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을 부러워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쓰쓰미 관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약 10년간 강단에 섰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며 “한국에 대해 배우며 인간으로서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은 서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며 “서로 도와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일한국문화원은 18일부터 8월 2일까지 일본 민예관과 함께 수교 60주년 기념 특별전 ‘오늘로 이어지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마음과 시선’을 개최한다. 야나기는 한국 공예를 사랑한 일본 미술평론가다. 박영혜 주일한국문화원장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일 문화 교류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