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가 선출됐다.
강경 일변도였던 이전 지도부와 달리 한 위원장은 비교적 합리적인 ‘대화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해소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은 전날 밤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한 신임 위원장을 선출했다. 대전협은 28일 열리는 오프라인 총회에서 새로운 비대위 구성과 운영을 의결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의료 정상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과정과 결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 뜻을 따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박단 전 위원장의 소통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인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이번 지도부 교체가 전공의 내부 결속을 견고히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들어 수련 재개를 원하는 전공의들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의료 정상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사직 전공의 A씨는 “지난주와 비교해 대내외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이번 집행부 교체가 호재라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7월 말까지 대응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국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협의회장 체계를 도입해 모든 전공의 의견이 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대정부 요구안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 위원장은 4개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함께 기존 비대위 요구 조건을 대폭 수정했다. 이들이 새롭게 제시한 3가지 핵심 사항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비율 확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다.
강경파가 물러나고 새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가 빨라질지도 주목된다. 전공의들과 투쟁 수위를 맞춰온 의대생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의대인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이 여름방학 기간에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학사 일정을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의대 학사 유연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새 정부와 협상하기에 따라 ‘복귀 시 유급·제적 면제’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교육부와 의대 총장들이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가부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현재로선 학칙에 따라 학사를 운영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단도 “개별 학교 차원의 학사 유연화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