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자동차주는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쏠림 현상에 더해 실적 둔화 우려와 노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20~3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들어 30% 넘게 하락했고, 기아도 20%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하며 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을 넘보던 흐름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자동차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반도체로의 자금 쏠림과 실적 둔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이 몰린 반면, 자동차 업종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실적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합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주요 시장 수요 둔화와 협력사 화재 영향 등으로 판매량이 6.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아는 친환경차(xEV) 판매 확대에 힘입어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도 미국 관세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7.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판매 지표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의 온도 차가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5월 글로벌 도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23.1% 급감했고, 유럽(-13.3%)과 중국(-35.8%)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EV3와 목적기반차량(PBV) PV5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인도와 유럽 판매가 늘면서 글로벌 도매 판매가 2.7% 증가했다.
현대차의 노사 리스크도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 시동을 밟고 있다. 파업 가능성이 생산 차질 우려를 키우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 종목토론방에는 “이 주식 오르긴 할까요”, “구조대 언제 오나요”, “70층에 사람 있어요”, “반도체랑 반대로 가네요” 등의 게시글이 이어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주 실적이 2분기를 저점으로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신차 출시와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의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업 역시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아가 높은 관세 기저 효과와 우호적인 환율,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에 힘입어 2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증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도 중장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현대차 주가가 자동차 본업보다 로봇 사업 기대감에 의해 과도하게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연중 주가 상승은 자동차 관련 신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기대감에 기반했다”면서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홀드(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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