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생성형 소비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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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생성형 소비의 물결

오픈AI가 최근 선보인 ‘딥 리서치’는 추론에 특화된 인공지능(AI) 모델 o3가 인터넷상의 다양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찾아 비교하면서,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주제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한 번 보고서를 생성하는 데 사람이라면 1주일은 매달려야 할 방대한 내용을 10~15분가량이면 작성해낸다. 딥 리서치가 만들어낸 보고서를 사람들에게 평가하라고 시켜보면 “석사 학위자가 쓴 글에 버금간다”는 반응이 많다.

AI가 대신 책을 써주고 요약해주는 시대다. 사람들은 원하는 주제의 책을 굳이 구매하지 않고도 새로운 책을 본인이 기획 제작해 바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키워드를 일일이 검색해 정보를 모으는 전통적 검색과 클릭 행위는 줄어든다. 대신 AI가 제공하는 종합적 지식을 단시간에 습득하는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에 의한, 콘텐츠의 ‘생성형 소비’는 동영상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기간 미국 NBC 방송은 ‘피콕(Peacock) 데일리 올림픽 리캡’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청자가 “오늘 한국 선수단의 체조 경기 어땠어?”와 같이 물으면, AI가 5000시간 분량의 파리올림픽 영상 데이터 중 적합한 것들을 찾아 편집하고, 미국 유명 스포츠 해설가 앨 마이클스의 목소리를 본뜬 음성을 더빙해 맞춤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준다.

NBC는 이 개인화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700만 건 가까이 생성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는데 각 영상은 모두 시청자마다 내용이 달랐다. 시청자 각자에게 나만의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제공한 것이다. 유튜브가 누군가 만든 영상을 여러 사람이 그저 소비하는 플랫폼이라면, 이 서비스는 개인별로 AI가 새 영상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미디어다. 이제 방송국과 신문사들은 유튜브와 포털에 빼앗긴 주도권을 AI를 통해 다시 뺏어올 기회를 얻었다. 유튜브와 같은 기존 디지털 플랫폼조차 한순간에 올드 미디어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A를 활용한 하이퍼 개인화 콘텐츠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 음악도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관여하고 창작에 참여한다. 기존 음악을 개인적으로 추천받는 것을 넘어, 각자의 상황과 감정에 최적화된 자신만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소비할 수 있다. 2023년 AI 기술을 활용해 드레이크와 위켄드 스타일로 제작한 곡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는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수백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공유하는 현상은 생성과 소비를 하나로 융합시키는 전조다. “이 곡을 재즈 버전으로 들어보고 싶다”거나 “이 한국어 곡을 영어 버전으로 변환해줘” 같은 요청을 AI가 즉각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책, 동영상, 음악과 같은 콘텐츠는 대중이 공통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감정을 담아내는 ‘나만의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 소비 주체로서만의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 주체이자 생성형 소비자로서의 능력을 주목해야 할 때다. 생산과 활용이 개인별로 융합되는 생성형 소비 혁명은 이제 막 시작일 뿐, 콘텐츠만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생활의 영역에도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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