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투자·고용 늘리면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美·獨 성공사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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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한국경제학회장이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독일의 고용 유연화와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경제학회장 당선 직후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이근 한국경제학회장이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독일의 고용 유연화와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경제학회장 당선 직후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이를 3%까지 높이는 게 가능할까요.

“잠재성장률은 반등할 수 있습니다. 3%라는 숫자의 실현 가능성보다 잠재성장률을 높일 방법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과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정책을 해야 할까요.

“독일과 미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고용을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고용시장 유연화였습니다. 미국은 투자에 인센티브를 준 시기에 잠재성장률이 상승했습니다. 한국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은 자본·노동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성장을 말한다. 자본 투입, 노동 투입, 총요소생산성으로 구성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1.8% 수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에는 0%대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가 언급한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초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노동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뤄냈다. 미국은 기술혁신 투자를 기반으로 최근에도 잠재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다.

▷고용을 늘릴 방법이 있습니까.

“여성의 고용을 늘리면 됩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세계적으로 현저히 낮습니다. (2023년 기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31번째). 여성들이 일할 수 있도록 출산·육아·보육 등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져주면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정년 연장도 도움이 될까요.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는 잠재성장률 상승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부담이 큽니다. 일단 정년을 마친 뒤 재계약하는 방식이 적절한 절충안이라고 봅니다.”

▷주 4.5일제를 도입해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정책도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도입하더라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노동시간이 줄어도 경제에 투입되는 노동량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야 합니다. 현재의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서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노동시간만 줄고 일자리가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고용의 유연성 확대와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도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을 추격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경험을 되살려야 합니다. 한국은 제조업에 독보적인 차별성을 지닌 국가입니다. 제조업과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돌파구가 나와야 합니다. 이에 성공하면 대규모언어모델 등 AI 소프트웨어 중심인 미국과 차별화된 강점을 갖출 수 있습니다.”

▷수도권 1극 체제를 지방 거점 중심의 ‘5극3특’으로 바꾸겠다는 정책도 눈에 띕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광역 거점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새로운 컨센서스입니다. 그동안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돈을 많이 투자하고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n분의 1’ 방식으로 모든 지역에 나눠주는 정책의 비효율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새 정부가 내놓은 지방 거점 중심의 성장 전략은 바람직합니다.”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대폭 늘릴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재정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식의 정책은 일시적인 것인 데다 실제 소비 확대로 이어질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재정을 지원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효과가 있는 것, 특히 생산적인 효과가 있는 쪽으로 해야 합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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