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출구 못찾는 트럼프]
유조선 1척에 200만달러 넘을듯… 이란軍 “더 파괴적인 공격 준비”
트럼프 ‘석기시대’ 경고에 맞서… 혁명수비대 “호르무즈 개방 안해”
걸프국들 우회 송유관 확충 논의
● 혁명수비대, “호르무즈 적에 개방될 일 없어”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졸파가리 이란군 중앙군사본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적들을 상대로 더 참담하고 광범위하며 더 파괴적인 공격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타스님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서투른 저격수’에 비교하면서 이날 대국민 연설에 대해서도 “내가 완전히 졌다고 외치는 꼴”이라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전날 성명에서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확고하고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쇼에도 불구하고 이 해협이 이란의 적들에게 개방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한번 미국과의 전쟁에서 강경 대응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또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 부과 방안을 승인했는데, 그 세부 내용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것. 이른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톨게이트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의 운영사들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중개회사에 선박의 소유 구조, 화물 명세서, 목적지, 승무원 명단,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을 제출해야 한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선박이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과 연관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이란은 각국을 1∼5등급으로 분류해 우호적인 국가일수록 낮은 통행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국가별 등급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한국 일본 등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통행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대형유조선(VLCC)의 원유 적재량이 200만∼300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회당 통행료가 약 30억∼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 호르무즈에서 하루에 원유 및 석유제품 약 2000만 배럴이 통과한 걸 고려하면, 이란 당국은 하루에 약 300억 원의 통행료 수입을 거둘 수 있다. 국내 정유사는 전쟁 발발 전 연간 500회가량 원유를 운송했는데, 이를 모두 호르무즈 해협 물량으로 가정한다면 약 2조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톨게이트화’로 걸프국들 송유관 확대 방안 논의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가 핵심 수출 품목인 걸프국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주요 걸프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신규 송유관 건설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1일 보도했다. 사우디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호르무즈 우회 통로로 건설한 1200km 길이의 ‘동서 송유관’을 확충키로 했다는 것. 현재 사우디는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700만 배럴의 원유를 홍해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송유관 등을 확장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는 가운데, 여러 걸프국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장기적인 대안 마련도 논의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2, 3주간 이란에 대한 강한 공격을 펼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이란의 반격이 정밀 타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혁명수비대에 따르면 이란은 UAE 근해에 설치된 미군 레이더 장비 2대, 바레인 미 해군 제5함대 기지 외부 병력 은신처, 쿠웨이트 알우다이리 기지의 미군 헬리콥터, 인도양 북부의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 전단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UAE 내 미군 장교들의 비밀 집결지를 공격해 37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란 정부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인을 수신자로 하는 공개 서한에서 “이란은 다른 나라에 적개심을 품지 않고 있다. 대립의 길로 계속 가는 건 그 어느 때보다 대가가 크고 무의미한 일”이라며 종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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